[미·중, 동북아 패권 경쟁] 고민 깊은 미국… 국방예산 삭감 처지
입력 2014-03-06 03:53
미국은 가파른 중국의 국방비 증가 추세와 그에 따른 잠재적인 파장을 잘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해 국방예산을 늘릴 수 없는 처지다. 오히려 10년간에 걸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따른 국방예산 팽창에 대해 본격적으로 칼을 대려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향후 4년간 육군 병력을 20%가량 줄여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수준인 45만명으로 유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해군과 공군의 신형 함정 제조 계획 취소와 A-10기 등의 운항 중단 등도 포함됐다.
이러한 육·해·공군 슬림화는 물론 재정난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은 재정적자 누적에 따른 정부지출 삭감의 우선 순위에 국방부문 예산을 올려놓고 있다.
이러한 국방예산 삭감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 새로운 국방·안보전략으로 발표한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미국의 고민이다. 국방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운데 재균형(rebalancing) 내지 아시아 중시정책은 수사(rhetoric)에 불과하다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방부의 카트리나 맥팔랜드 획득담당 차관보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국방관련 회의에 참석해 “국방부는 당면한 예산감축 압력을 고려해 (재균형) 전략을 재고하고 있다. 솔직히 그것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맥팔랜드 차관보는 이날 오후 별도 성명을 내고 “아시아 중심전략에 예산상의 어려운 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며 “그러나 이 전략은 계속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미 국방부가 이날 2020년까지 전체 해군 전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증강 배치하겠다고 확인한 것도 예산의 제약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확실하지만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우위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필적할 수 없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군사력 증강에 쏟아 부어온 미국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