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동북아 패권 경쟁] 美 “해군 전력 60% 亞·太 배치”… 中, 군비 두 자릿수↑
입력 2014-03-06 02:33
미국과 중국이 동북아시아에서 벌이는 해군력 경쟁이 뜨겁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해양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해군 전력의 60%를 2020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점 배치할 것이라고 4일(현지시간) 발표한 ‘4개년 국방검토 보고서(QDR)’에서 밝혔다. 2010년 QDR에 처음 포함된 ‘해군 전력의 60% 아·태 지역 배치’ 원칙을 강조하고 재확인한 것이다.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지난해보다 12.2% 증가한 8082억3000만 위안(약 141조원)으로 책정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로써 4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의 증액된 군사비는 대부분 핵잠수함 부대를 포함한 해군력 강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은 2011년 12.7%를 기록한 이래 3년 만에 가장 높다. 중국은 나아가 향후 5년 동안 10%대 국방예산 증가율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방예산은 지속적으로 두 자릿수 증가 추세를 보여 왔다. 단지 2010년 한 차례만 7.5% 증가율을 기록했을 뿐이다.
중국의 군비 강화는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과 미·일 동맹에 맞서고 동·남중국해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영토 분쟁에 대응키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동·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보이는 행보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했지만 중국으로서도 이에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남중국해의 경우 원유 수송로 확보 및 해저에 매장된 엄청난 천연가스 개발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핵잠수함 부대를 늘리고 새로운 핵잠수함 기지를 건설하는 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이 최근 시험 발사한 잠수함 탑재 대륙간 탄도미사일 ‘쥐랑-2’가 그 예다.
이와 함께 3개 함대에 구축함 지대(支隊), 호위함 지대를 증가시키고 수륙양용 상륙함을 다량 늘리는 동시에 보급선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군의 경우 공중조기경보기, 대형 수송선, 전략폭격기 부대 등을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중국의 국방예산 규모는 해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 때면 전 세계 언론의 관심사였다. 전인대 개막일 하루 전 전인대 대변인이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발표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중국 위협론’을 의식해 국방비에 초점이 맞춰지는 걸 피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과거와 달리 전인대 개막일에 관영 신화통신이 국방예산을 발표했다.
푸잉(傅瑩) 전인대 대변인은 4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군비 증강 지적이 나오자 “중국의 국방력이 약해져야 평화가 온단 말이냐”고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앞으로 15년가량 지난 2030∼2040년에는 국방비 지출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