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安의 남자’ 박경철 행보 여전한데…

입력 2014-03-06 01:35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오랜 친구인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에 대한 안 의원 진영 내 뒷말이 많다. 2011년 청춘콘서트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최근 민주당과의 통합신당 논의까지 안 의원의 짧지 않은 정치행보에 막후 조력자 역할을 해오고 있어서다.

안 의원은 2012년 대선 출마 전부터 후보직을 사퇴하는 날까지 거의 매일 박 원장을 만났다고 한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서울 서초구의 제3의 장소를 따로 마련했다. 당시 참석자는 박 원장 말고도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2∼3명이 더 있었다. 박 원장은 ‘안철수 현상’을 불붙게 한 청춘콘서트를 함께 해온 오랜 지인이지만 대선 때 공식석상에 단 한 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원장은 평소 “안 의원과 생명을 나눈 사이”라는 말을 주변에 자주 했다고 한다. 안 의원 사퇴 당일인 같은 해 11월 23일 트위터에 “부담이 될까 돕지 않는 게 가장 크게 돕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썼다.

그러나 그가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안 의원의 실책 중 하나로 꼽히는 ‘의원 정수 축소’ 제안도 박 원장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첫 번째 정치혁신안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상황에서 안 의원은 2012년 10월 인하대 강연 직전 4가지 안(案) 중에 박 원장의 생각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후 안 의원이 대선 당일 미국행을 택하고, 다음해 4·24재·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귀국하는 데에도 박 원장의 조언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조기 정치 복귀에 대한 측근들의 심한 반대에도 박 원장과의 논의를 더 중시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창당 본격화로 조직을 확장하면서도 박 원장은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지역 조직책인 부산 쪽 사공정규 동국대 교수와 광주 쪽 서정성 광주시의원도 박 원장의 추천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 모두 의사 출신이다.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에서 측근들 사이에서 ‘박경철의 사람’으로 불리는 곽수종 박사가 전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금 담당인 곽 박사는 안 의원과 자주 독대하는 모습이 목격돼 왔다. 한 관계자는 “큰 정치인에게는 숨은 조력자가 늘 있어왔지만 잘못된 판단은 같이 매를 맞아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