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학생들 외침 “나도 하버드생이다”

입력 2014-03-06 01:34

명문 하버드대에 다니는 흑인 학생들이 학내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인종차별 문제를 꼬집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온라인 뉴스사이트 버즈피드는 4일(현지시간) 흑인 하버드생 63명이 그동안 차별당했던 경험을 푯말에 적은 뒤 사진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나 역시 하버드생이야’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주도한 이 대학 2학년 키미코 마쓰다 로렌스는 “그동안 우리의 목소리는 묻혀버렸고, 우리의 가치는 낮게 평가됐다”며 “우리도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밤 게재된 사진들은 이미 조회수 2만을 넘어섰다.

사진 속 푯말엔 그들이 학교생활에서 당했던 편견과 비아냥거림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마쓰다 로렌스는 “글은 읽을 수 있니?(Can you read)”라고 적었다. 최근 그가 다른 흑인 친구들과 캠퍼스를 걷고 있을 때 술 취한 백인 학생 두 명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흑인들은 지적능력이 떨어져 소수자 우대 정책으로 입학했을 것이란 편견이 담겨 있다.

다른 학생은 “나는 엉덩이춤을 어떻게 추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적었다. 흑인 학생들이 공부는 뒷전으로 미룬 채 놀기만 좋아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꼬집은 것이다. ‘네가 하버드에 들어온 것은 흑인이기 때문이야’ ‘너는 내가 아는 흑인 중에 가장 피부색이 하얗다’ 등 흑인 학생 비하 내용이 적힌 푯말도 사진으로 올라왔다.

이 캠페인을 주도한 흑인 학생들은 조만간 펜실베이니아대 등 다른 대학 학생들과 연계하고, 교수와 행정직원들도 합류시켜 7일부터 본격적으로 인종차별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마쓰다 로렌스는 “전국적인 흑인 학생 운동으로 확산되길 바란다”며 “이 캠페인은 (흑인 학생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에서는 2012년 11월 학내지 ‘크림슨’에 백인 학생이 쓴 소수자 입학 우대 정책 관련 글이 실리면서 흑인 차별 반대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