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서방·러시아 물밑 협상… 출구 보인다
입력 2014-03-06 03:38
러시아와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으르렁대면서도 물밑에선 협상 채널을 가동하며 출구를 찾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동행한 미 정부 관계자는 4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미국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러시아에 대해 포괄적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미국은 다른 우방과 손잡고 러시아를 경제·외교적으로 고립시켜 우크라이나에서 철군토록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도 키예프를 찾은 케리 장관은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대표들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지 않으면 추가 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미 무역대표부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무력 봉쇄를 이유로 이달 중 러시아와 진행키로 했던 양자 투자협정 실무회담을 보류했다.
캐나다는 러시아와의 군사 교류를 우선 중단하고 경제·외교적 양자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하원 답변에서 “동맹국과 협력해 푸틴 정권이 행동을 되돌릴 때까지 압력과 고립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맞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여러 차례 미국 측에 그들의 일방적 제재가 왜 문명적 국가 간 관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지 설명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이제 대응 조치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며 서방과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러시아 전략로켓군은 카스피해 인근 기지에서 발사한 토폴(RS-12M)의 탄두가 카자흐스탄 지상 목표물에 명중했다고 현지 국영 RIA통신이 전했다.
서방과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동시에 외교적 해법을 찾고 있다. 케리 장관은 “러시아와 우리 모두를 위해 위기에서 벗어나 외교적 대화를 할 수 있는 많은 대안들이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직접적 대화를 하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장관 간 협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결의안에 대해 논의했다. 결의안에는 러시아가 크림반도 흑해함대 외에 추가 파병한 군을 철수하고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계 주민이 보호받도록 국제 감시기구를 파견하자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두 정상은 이 결의안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리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레바논 국제지원그룹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양국 장관은 행사 주제와 별개로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로 “러시아가 각 당사자와 협조를 통해 이 문제를 정치적 해결로 끌어가 지역과 세계평화 안정을 수호할 것으로 믿는다”며 “중국은 지역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국제사회의 제안과 중재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5일 경제위기에 빠진 우크라이나에 수년에 걸쳐 110억 유로(약 16조5000억원)의 지원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집행위원장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차관 16억 유로, 무상 공여 14억 유로를 지원해주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50억 유로, 유럽투자은행(EIB)이 30억 유로의 대출을 제공해주기로 했다. 이밖에 2020년까지 35억 유로를 추가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전했다. 또 EU는 우크라이나 시위의 유혈진압을 주도한 정치인과 관료 18명에게 자산 동결을 결정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도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