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대로 진화한 영화관 ‘관람 편수 세계 1위’ 이끌었다

입력 2014-03-06 02:32


영화관들, 대표적 문화·여가 공간 변신

한국인의 1인당 평균 영화 관람 편수는 세계 1위다. 극장 체인 CGV가 지난해 연말 내놓은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은 지난해 1인당 평균 4.12편의 영화를 관람해 미국(3.88편) 호주(3.75편) 프랑스(3.44편) 등을 제쳤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영화관을 찾은 누적 관객 수는 총 2억1300만명에 달한다.

이 같은 영화의 인기는 다양한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영화관의 시설이 크게 좋아져 극장이 한국인의 대표적 여가 공간이 됐다는 점도 빠뜨릴 순 없을 듯하다. 현재 수많은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들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며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영화관으로 이끌고 있다.

◇영화관의 변신=과거 영화관은 어둡고 음습한 공간이었다. 좌석은 비좁았고 관객들을 배려한 편의시설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멀티플렉스가 하나둘 생겨나면서 영화관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극장엔 분위기 좋은 카페와 깔끔한 스낵 코너 등이 입주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과거엔 상상할 수 없던 공간이 영화관에 만들어지고 있다.

우선 가족 관객, 특히 아이들을 배려한 시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가령 서울 지하철 7호선 하계역 인근에 위치한 CGV하계의 경우 어린이 체형에 맞춘 ‘키즈 좌석’이 설치됐다. 아이들의 키를 고려한 ‘키즈 전용 화장실’, 어린이 도서관인 ‘씨네키즈 라이브러리’ 등도 이색적이다.

경기도 고양시의 메가박스 백석점도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엔 전문 사서 자격을 갖춘 교사까지 배치됐다. 로비엔 휴식 공간 겸 공연장인 ‘허니비라운지’가 있으며, 이곳에 설치된 대형 미끄럼틀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인근엔 캠핑을 하며 영화를 보는 야외극장 ‘오픈M’도 있다.

서울 CGV압구정엔 고급 음식과 영화를 동시에 즐기는 상영관 ‘씨네드쉐프’가 있다. 다소 비싼 가격(영화만 볼 경우 1인당 4만원)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고풍스러운 분위기에서 음식을 먹으며 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06년 개점한 이후 큰 인기를 끌어왔다.

롯데시네마는 특화된 서비스가 특징이다. 전국 23개 영화관에선 지난해 9월부터 매주 화요일 영유아 자녀를 둔 ‘엄마’가 아이와 함께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엄마랑 아가랑’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롯데시네마는 “엄마들과 아이들만 영화를 관람하기 때문에 다른 상영관과 달리 일반 관객들 눈치를 봐야하는 일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상영 기술도 업그레이드…문화행사도 봇물=세계적인 영화 제작자인 미국 드림웍스 CEO 제프리 카젠버그는 2011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영화산업박람회 ‘시네마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영화관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한국에 가보면 된다.”

카젠버그의 발언은 국내 영화관들 시설을 자세히 살펴보면 누구나 실감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CGV가 국내 32개 극장에서 운영 중인 상영관 ‘스크린 X’다. 이들 상영관은 영화관 벽면까지 영상을 비춤으로써 관객이 입체적 영상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김대희 CGV 홍보과장은 “극장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건 스크린 사운드 시트(좌석)를 통칭하는 이른바 ‘3S’”라며 “상영 기술의 진화가 관객들이 다양한 형태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해주는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장에서 영화가 아닌 다른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는 추세다. 메가박스는 그간 빈 필하모닉 음악회 등 세계 유수의 클래식 페스티벌을 영화관에서 생중계해 클래식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김진선 메가박스 상무는 “이제 영화관은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새로운 관람 문화 창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