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가 인정한 명연기 ‘배우의 힘’ 다시 한번 절감… 개봉 화제작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입력 2014-03-06 01:33
미국 텍사스에서 전기 기술자로 살아가는 우드루프(매튜 매커너히·사진). 누구보다 방탕한 삶을 살아온 그는 1985년 어느 날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판정을 받는다. 우드루프는 30일 밖에 못산다는 의사의 ‘사망 선고’에 반발한다. “무슨 헛소리입니까? 30일 안에 날 죽이는 건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그 역시 결국엔 에이즈 감염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우드루프는 병원에서 준 치료제를 먹으며 삶의 희망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약이 별 효과가 없다는 점. 85년은 의사들도 “뭐가 진짜 약인지는 몰라요”라고 말하던 시대였다. 우드루프는 결국 절망의 바닥까지 떨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지 않은 외국의 에이즈 치료제를 몰래 구해 먹은 뒤 효과를 본다. 그는 이 약을 밀수하는 일에 뛰어들고, 급기야 같은 에이즈 감염자인 레이언(자레드 레토)과 공동으로 회사까지 차린다. 에이즈 감염자들을 상대로 금지 약물을 파는 회사다.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감독 장 마크 발레)의 제목은 이들 두 사람이 차린 회사의 이름이다.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인간에게 생존이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 죽음을 마주한 인간은 얼마나 바뀌게 되는지 그려낸다. 우드루프는 에이즈 감염 뒤 자신의 ‘변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실 나는 그리워요. 여자랑 춤추러 가고 애도 갖고 싶어요. 한번 뿐인 인생이 지금 이 꼴이니 가끔은 남들처럼 살고 싶어요. 얼마 남지도 않은 삶을 붙잡고 있지만 뭔가 의미를 두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우드루프의 삶을 숭고하게 미화하거나 죽음의 문 앞에 선 에이즈 감염자의 아픔을 절절하게 보여주는 작품일 거라 기대하면 안 된다. 영화는 에이즈 판정을 받은 우드루프와 레이언이 실제 살았던 삶을 리얼하게 재연하는 데만 몰두한다. 85년, 30일 시한부 선고를 받은 우드루프는 92년까지 2557일을 더 ‘생존’한 뒤 숨을 거두게 된다. 독학 끝에 그가 선택했던 복합 약물 요법은 이후 에이즈 환자 수백만 명의 삶을 연장시켜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 내용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건 매커너히와 레토, 두 배우가 보여주는 놀라운 연기에 있다. 특히 절망과 냉소의 감정을 절묘하게 스크린에 새겨 넣는 매커너히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는 환자 역할을 소화해내기 위해 80㎏가 넘었던 몸무게를 61㎏까지 감량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매커너히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속 파트너인 레토에겐 남우조연상이 돌아갔다. 당시 무대에 오른 매커너히는 인상적인 수상 소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열다섯 살 때 나는 ‘10년 뒤 영웅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0년 뒤 나는 그 영웅에 가까워지지 않았다. 나의 영웅은 항상 10년 멀리 있었다. 그 영웅을 쫓아가는 것이 나를 항상 채찍질한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6일 개봉한다. 청소년관람불가.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