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 김수현 종영 소감… “400년의 세월 표현 힘들었어요… 얼음 호수 키스신 인상적”
입력 2014-03-06 08:06
“가질 수 없는 남자를 표현하려 했어요.”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400년을 살아온 남자 도민준을 연기한 배우 김수현(26·사진)이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 드라마로 한국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권을 모두 ‘김수현 신드롬’에 몰아넣었다. 2007년 MBC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로 데뷔한 그는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어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가 약 700만 관객을 모으면서 또래 남자 배우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5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만난 그는 “영화 ‘타짜’에서 정마담이 고니를 가리키며 ‘이 남자 가질 수 없는 건가’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라며 “그 장면처럼 다른 별에서 온 도민준도 ‘가질 수 없는 남자’란 생각이 들었다. 가질 수 없는 남자가 더 매력적이지 않나.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수현은 작품을 통해 400년이라는 긴 스펙트럼을 연기했다. 조선시대 도포를 입고 갓을 쓴 모습, 개화기의 신 남성의 모습과 함께 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 역할까지 1인 다역을 해낸 셈. 그는 “가장 힘들었던 점도 400년의 세월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그간 사람들로부터 도민준이 받았을 상처 등을 떠올리며 캐릭터에 집중했다”고 털어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론 얼음 호수 키스신을 꼽았다. 사랑하는 여자 천송이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게 시간을 멈추고 몰래 키스를 나눈 장면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두고두고 회자됐다. 차가운 얼음 위 따뜻하게 담긴 두 사람의 사랑이 김수현도 가장 맘에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도둑들’(2012)부터 이어져 온 전지현과의 호흡은 이번 작품에서 확실히 빛을 발했다.
그는 “촬영 내내 ‘나는 최고의 천송이와 촬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최고의 캐스팅이었다”면서도 “천송이와 도민준이 새드앤딩으로 끝나길 바랐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눈물, 콧물을 흘리게 하고 싶었거든요. 도민준이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는 시한부 사랑을 생각했는데 행복하게 마무리가 되다보니 ‘별그대’가 끝났다는 걸 실감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그에게 실제 천송이 같은 여자친구는 어떤지 물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천송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죽을 것 같았어요. 실제로 그만큼 발랄한 여자친구가 있다면 좋으면서도 피곤할 것 같아요. 아마 감당하려면 도민준 같은 성격과 능력이 필요하겠죠.”
김수현에게서 도민준을 떨쳐내기엔 그도 시청자들도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그에게선 여전히 ‘도매니저’ 도민준의 모습이 보였다.
“민준이 형은 아는 게 너무 많은 반면, 저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아요. 진중하고 집요한 성격은 저와 비슷한 것 같고요(웃음).”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