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효겸] 공기업 개혁과 국가 경쟁력
입력 2014-03-06 01:35
관행적인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국민적 저항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방만 경영이 노사 간의 밀약이라고 하니 국민들이 더욱 분노하고 있다. 295개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빚이 500조원에 이른다. 하루 이자비용만 200억원이 넘는다. 이 중 5개 공기업은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상위 12개 공기업의 직원 평균 연봉은 95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에 이른다. 일부 공기업은 해외에서 유학하는 직원 자녀에게도 학자금을 주고 있다. 관련 유관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퇴임 후 자회사와 관련 유관기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공기업 부채는 산더미인데도 쓰임새는 방만하게 증가하고 있다. 적자투성이다.
기획재정부는 공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엄격히 규제하겠다고 한다. 때늦었지만 공기업 개혁은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정부 의지가 더 명확하게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295개 공기업 및 공공기관 중 38개를 중점 관리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 효과는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뼈를 깎는 아픔이 따라야 한다. 법적으로 강력하게 정비해서 낡은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오래전부터 공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무와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고 있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공기업이 이 지경까지 된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이번 정권에서도 과거 정권처럼 공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심히 우려하고 있다. 전문성이 결여된 CEO가 낙하산으로 가면 절대로 혁신을 추구할 수 없다. 낙하산이 방만 경영의 주원인인 데다 공기업을 둘러싼 이권구조 아래서 낙하산은 과거의 비리나 관행을 타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기술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외주구매팀과 맺은 수의계약이 819건에 이른다. 특정업체 15곳과 5년 동안 수의계약한 금액만 무려 2500억원에 달한다. 한국원전 부품 비리를 포함해 공기업의 관행적 비리는 이루 형언할 수 없다. 이것을 누가 어떻게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인가.
이참에 지방공기업에 대한 관행적 비리도 발본색원해야 한다. 도(道) 산하 지방공기업의 비리 역시 국가 공기업 비리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 지방공기업들은 사업구조조정, 미분양자산 최소화, 원가절감과 수익창출 등 부채 감축을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251개 지방직영기업과 59개 지방공사, 78개 지방공단을 비롯해 388개 지방공기업의 부채는 72조5000억원에 이른다. 2008년 47조3000억원에 비해 53.3% 늘었다. 이 가운데 16개 도시개발공사의 부채가 43조5000억원에 달한다. 도시개발공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301%로 이미 위험 수준을 넘었고 일부 공기업도 200%를 넘어섰다.
방만 경영과 비리는 고스란히 부채로 연결된다. 주요 12개 공기업의 빚만 412조원에 달한다. 주택토지공사, 한국전력공사 등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례가 조속히 혁신돼야 한다. 공기업들은 개혁안으로 전기·철도·수도료 등 공공요금 인상안을 제출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들 공기업은 3조8000억원의 요금폭탄을 제시했다. 공기업은 국민의 따가운 눈길을 아예 모른 체하는 형국이다. 공기업 최고경영진은 국민이 공감하는 근원적 개혁방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공공요금 인상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 공기업 구성원들은 모두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정부는 방만한 대통령 공약 국책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공기업 방만 경영을 역대 정권에서 상당 부분 제공한 것이 오늘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공기업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김효겸 대원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