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택임대차 선진화방안에 믿음 안 가는 이유
입력 2014-03-06 01:41
정부가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의 보완대책을 일주일 만에 내놨다. 2주택 보유자로 월세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소규모 주택임대소득자에 대해 14% 세금을 물리겠다고 하자 월세를 전세로 돌리거나 임대주택을 매각하려는 등 시장의 대혼란이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소규모 주택임대소득자에 대한 분리과세를 2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필요경비 인정과 기본공제 등을 통해 영세 임대소득자의 세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정부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2주택 전세임대소득자에 대해서도 2016년부터 분리과세하기로 했다. 과세대상은 미미할 것이라고 하지만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처음부터 같이 발표됐어야 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것은 조세국가의 당연한 과세원칙이다. 하지만 그동안 임대소득은 주로 당사자의 신고에 의존해 제대로 과세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세청에 임대소득을 자진신고한 집주인은 전체 다주택자의 6% 정도인 8만3000명에 불과하다. 과세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이들에게 갑자기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했으니 혼란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하며 일관성과 투명성이 생명이다. 일주일 만에 바뀌는 정책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복지예산은 100조원이 넘는데 세금은 안 걷히고 있으니 세정당국이 세원 발굴에 눈을 부릅뜬 것은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당장 일어날 혼란도 예상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내놓는다면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미 법에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하도록 돼 있고, 뒤늦게 과세를 추진하려다 시장혼란을 핑계로 이를 2년 미루겠다는 거다. 정부 계획대로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행정절차를 감안하면 시행 시기는 내년 이후다. 영세 임대소득자에 대해선 세부담이 늘지 않도록 보완책이 마련됐는데 굳이 2년을 유예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행여나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일주일 만에 정책을 뒤집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정책이 이해집단의 반발이나 국회 입법과정에서 뒤집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세법 개정안 때도 근로소득세제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월급쟁이들의 거센 반발을 사 세부담 증가기준을 올렸다. 얼마 전엔 카드사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자 텔레마케팅을 전면 금지했다가 며칠 만에 번복하기도 했다. 정책을 내놓기 전에 부작용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꼭 필요한 정책이라면 반대를 무릅쓰고 밀고 나가는 소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