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경영’ 옛말… 사퇴하는 회장님들

입력 2014-03-05 02:31


법원에서 선고를 받거나 재판 중인 기업 총수들이 경영일선에서 속속 물러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 관계자는 4일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재선임하지 않는 방식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장은 CJ·CJ제일제당·CJ CGV·CJ대한통운·CJ E&M·CJ오쇼핑·CJ시스템즈 등 7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는 CJ E&M, CJ CGV, CJ오쇼핑 등 3곳이다. 등기이사직에서 일괄 사퇴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머지 4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5, 6일 이틀간 열리는 이사회에서 등기이사 재선임안이 주주총회 안건으로 채택되면 21일 열리는 주총에서 최종 확정하게 된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직 사퇴는 최근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재계 오너들의 잇따른 사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 회장은 지난달 1심에서 1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CJ는 이 회장이 구속 기소된 지난해 7월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해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해 왔다.

이 회장 이외에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도 향후 판결에 따라 계열사 대표이사 사임 문제를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여 경영에서 물러나는 인사들이 추가될 수도 있다.

오너들이 줄줄이 경영에서 물러나는 것은 배임이나 횡령 등 중대 경제범죄로 징역형 이상의 선고를 받은 상태에서 경영자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비판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때문에 경영일선에서 일시 또는 장기간 물러나 있는 일종의 ‘대국민 반성’을 통해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다시 추스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등기이사직 사퇴가 오너들의 백의종군으로 비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부터 시행되는 등기이사의 개별 보수 공개 조치에 따른 부담도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재벌 오너의 보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날 경우 이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