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구름기둥’ 출간한 김영애 권사
30만 독자를 웃고 울렸던 책 ‘갈대상자’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영애(70·온누리교회) 권사가 이번엔 ‘구름기둥’의 증인으로 나섰다. 김 권사는 한동대 김영길 전 총장의 아내로, 학교 설립 때부터 재정적 위기에 시달리며 눈물과 기도 속에서 살아온 10여년의 세월을 ‘갈대상자’에 담았다. ‘구름기둥’은 그 이후 10년의 기록이다. 한동이라는 연약한 갈대상자를 위해 보내준 수많은 구름기둥과 불기둥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달 27일 서울 온누리교회 서빙고성전에서 김 권사를 만났다. 총장 부인으로 만 19년을 살다 최근 ‘은퇴’했다. 심정을 물었다.
“한동 하면 ‘웬 축복인가’ ‘웬 은혜인가’라는 생각밖에 없어요. 한동대로 가지 않았으면 어떻게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알았을까요.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 구름기둥, 불기둥을 보지 못합니다. 고난이 유익이라는 것을 전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은혜의 시간을 한동대에서 누렸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눈물의 간증과 말씀으로 빚어진 ‘은혜의 일상’이 잘 소개돼 있다. ‘일상’이라고 표현한 건 가난해도 너무 가난한 한동대를 위한 하나님의 예비하심이 필요한 순간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바다 건너에서까지 이뤄진 갈대상자 후원 모금 운동이나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거금 지원 등이 그렇다. 한데 이런 기적이 은혜의 일상으로 누리기까지 김 전 총장 부부는 또 얼마나 무릎 꿇고 기도했을까.
“힘들었던 광야 길에서 격려와 위로, 많은 분들의 1000원 한 계좌 운동, 중보기도 등 모든 도움들이 우리의 ‘구름기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김 권사는 이런 은혜를 책에서 나누며 수차례 언급했다. 크리스천에게 우연이란 없다고. 그리스도인들이 받는 고난, 오해, 시련은 그래서 모두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인생은 광야입니다. 광야 같은 인생길을 가는 우리에게도 길동무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길동무는 누구입니까? 물질적인 궁핍입니까? 나만의 은밀한 깊은 상처입니까? 나의 인생에서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질병, 피하고 싶은 상황, 사건이 바로 나의 길동무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손을 꼭 잡아야만 우리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광야를 지나, 가시밭길과 외로운 해변 길도 지나고 절벽도 오르며 드디어 겁쟁이 사슴은 높은 곳에 이르렀습니다. 어느새 그의 입은 사랑의 목자를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고 있던 길동무의 이름도 풍요와 평화로 바뀌어져 있었습니다.”(137쪽)
은혜의 일상을 누린 건 김 권사뿐이 아니다. 한동대 학생들은 더 했다. 책에는 학생들이 전 총장 부부에게 보내온 편지들을 수록했다. “한동에 입학했을 때는 하나님을 몰랐습니다. 하나님의 대학이 곧 기독교 대학인 줄도 모르고 학교 정책들이 멋있어 지원했다가 오리엔테이션 날 바로 자퇴할 생각을 했으니까요.” 97학번 경영경제학부 이연님의 사연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배워서 남 주자’는 한동의 가르침대로 열방에 관심을 갖고, 강단에서 믿음의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03학번 언론정보문화학부 박신영은 꿈 없이 한동대에 왔다. 그러다 선배들의 진심 어린 격려를 통해 비전을 갖게 됐고 베스트셀러 ‘기획의 정석’ 작가로 활동 중이다. 04학번 경영경제학부 임정택은 입학 당시 소망이 없었다. ‘지극히 작은 자들을 만나야만 하나님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겠다’란 조언에 힘입어 가난한 자, 병든 자, 장애인 등 소외된 자들을 만나러 다녔다. 졸업 후 장애인을 돕는 사업가로 성공했다. “하나님의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줬다”며 그는 감사 편지를 남겼다.
김 권사는 영적인 리더로 잘 자라준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퇴임하는 총장 부부를 위해 자발적으로 사은회를 준비해준 제자들의 수고에 ‘한동스럽다’며 칭찬했다. “이것이 책의 하이라이트입니다. 한동스럽다는 건 하나님스럽다는 말입니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 위계질서가 무너진 이 시대에 한동인들은 스승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축복함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질서를 한동다운 방식으로 보여줬습니다. 영적, 도덕적, 정신적으로 파괴된 무질서의 시대에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을 잊지 않고 회복하는 일에 크리스천 젊은이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인터뷰 말미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물었다. “백지의 삶”이라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김 권사의 한동대를 향한 관심, 사명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구름기둥의 증인으로 말이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따뜻하고 배부르면 구름기둥 보지 못합니다”
입력 2014-03-05 0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