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韓·獨 ‘통일외교 협의 채널’ 구축] ‘통독 노하우’ 체계적 공유… ‘통일 한반도’ 기반 다진다

입력 2014-03-05 02:32


외교부가 독일과 함께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외교정책 경험 등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통일외교 협의 채널’을 출범시키기로 한 것은 독일의 통일 경험이 한반도의 통일 기반 구축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통일 준비를 위한 한국과 독일 양국 외교부 간 공식 협의체가 구성되면 박근혜정부의 ‘통일 정책 드라이브’는 국내는 물론 남북 간, 국제사회와의 협력에까지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새로 출범할 양국 외교부 간 채널은 통일 준비를 위한 대외정책에, 기존 1.5트랙(반민반관) 형식의 한독통일자문위원회는 통독 과정의 정보·경험 등을 공유하는 데 중점을 두게 돼 독일과의 통일협력 이원화(二元化) 협력체제가 완성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통독 외교 경험을 바탕으로 한반도 통일 준비=외교부는 독일 외교부와의 협력 채널을 통해 독일의 통일 경험을 지금보다 한층 체계적으로 공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서독이 통일을 준비하면서 주변 강대국을 대상으로 어떤 식으로 통일의 중요성, 필요성을 설파하고 국제적인 협력을 이끌어냈는지 연구하면 한반도 통일 준비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의 통독 전후 상황과 유사한 만큼 두 나라 간 협력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특히 독일 외교부의 적극적인 협력 분위기에 고무된 상태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통일 논의에 큰 관심을 나타내면서 정부 간 협의체 구성을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부 간 ‘통일외교 협의 채널’ 구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질지는 앞으로 양국 간 논의 진행 상황을 봐야 하지만 협력 기반 자체는 탄탄히 갖춰진 셈이다.

외교부 역시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 주제를 ‘평화통일 신뢰외교’로 정할 만큼 통일 준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의 ‘통일 대박론’에 이어 통일준비위원회 구상까지 천명하는 등 통일을 화두로 던진 만큼 이를 정책적으로 적극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외교부가 지난달 발족시킨 ‘한반도 클럽’(북한 겸임 서울 상주 21개 외국 공관과의 협의 채널) 역시 같은 맥락이다. 윤 장관은 이달 중 독일을 방문, 슈타인마이어 장관과 통일외교 협의 채널과 관련된 논의를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독 통일협력 이원화 체제=한·독 양국 외교부 간 통일외교 협의 채널 출범은 양국 간 통일협력 시스템이 이원화 체제로 나아간다는 함의도 갖는다. 독일 내적인 통합 문제를 기존 회의체가 맡는다면 새로 구성되는 협의체는 대외정책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우선 2010년 10월 우리 통일부와 독일 연방내무부가 체결한 통일업무협력 양해각서(MOU)에 따라 2011년 출범한 한독통일자문위원회는 민간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1.5트랙의 자문회의체다. 주요 논의 사항은 동·서독 내부의 화학적 통합 과정에 맞춰져 있다. 예컨대 군사통합, 경제 및 사회통합, 동·서독 주민들의 재산권 문제 등이 주요 의제다. 2011년 첫 회의를 개최한 뒤 매년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회의를 열고 있다.

이번에 양국 외교 당국이 발족시키는 협의체는 정부 간 첫 공식 협의체로, 통일을 위한 대외정책 수립 및 집행 경험 공유 쪽에 초점이 맞춰진다. 통독 이전 동·서독이 주변 강대국을 대상으로 외교정책을 어떤 식으로 전개했는지, 이를 한반도 통일시대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등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4일 “정부 간 협의체는 통일 전후 독일의 대외정책을 주로 연구하고 심도 있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외교 협의 채널은 조만간 출범할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정책 및 전략 수립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통일 이후 20여년간 축적된 정치·경제·사회적 경험 등을 토대로 한반도 통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