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또래’ 안철수-민주당 486, 반목할까 협력할까
입력 2014-03-05 02:32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통합신당을 창당하게 되면서 안 의원(62년생)과 비슷한 또래인 민주당 486정치인들이 경쟁과 협력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의원과 486은 1960년대에 태어났다는 생물학적 공통점 외에는 정치적 동질성을 쉽게 찾기 어렵다. 하지만 양측은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 상호 보완적 요소를 갖고 있어 향후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나이만 같은 그들, 경쟁 불가피=안 의원과 민주당 486들은 한마디로 살아온 결이 다르다. 486들은 대부분 학생운동과 시민운동 출신인 반면 안 의원은 의사와 기업가의 길을 걷다가 뒤늦게 정치에 뛰어들었다. 교류가 없는 데다 지난 18대 대선 때 상당수 486들이 친노계와 손잡고 문재인 의원을 적극 밀었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진보를 지향하는 486들과 중도를 지향하는 안 의원의 정체성이 충돌한다. 486 초재선 의원 22명의 모임인 ‘더 좋은 미래’ 소속 박홍근 의원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로 486들은 정책과 가치, 노선을 가지고 고민해 왔다”며 “중도를 지향하는 안 의원이 우리가 너무 진보에 치우쳐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느 것이 더 좋은 노선이냐를 놓고 경쟁하면 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통합신당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 대권은 물론 당권까지 노릴 가능성이 커 경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미 486들은 내부적으로도 하나로 묶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게 분화돼 당권 및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학생운동권 선두주자인 이인영·우상호 의원, 혁신모임을 이끄는 최재성·조정식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박영선 의원도 넓게 보면 486에 포함된다.
◇독자세력화 못 이룬 그들, 협력 가능성은=안 의원과 486들이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486들이 가진 유연함, 안 의원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486은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취해 왔다. 2008년부터 2012년 대선 때까지 당권이 정세균계→손학규계→친노계를 거치면서 이들은 지도부와 협조했다. 스스로 당권 및 대권 주자, 서울시장 후보를 배출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졌고, 폐쇄적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반면 안 의원의 경우 독자 신당 창당을 포기하고 통합신당 창당을 택한 만큼 민주당 내 세력을 얼마나 포용하느냐에 정치적 미래가 달려 있다. 창당 초기에는 김한길 대표의 지원과 새정치연합 세력으로 정국 돌파를 시도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486들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관계자는 “486들은 진보적 정체성과 정치적 유연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안 의원의 대중성과 486들의 민주화운동 정통성은 서로에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고(故) 김근태 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관계 설정도 관심사다. 민평련 소속 의원 23명 중에는 486이 일부 포함돼 있다. 민평련 소속 설훈·우원식 의원은 통합신당 창당 합의에 적극 관여했다. 따라서 안 의원과 연대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정체성 논란을 극복하는 것이 숙제다.
현재로선 안 의원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최재성 의원은 “안 의원과 486들은 서로에 대한 생각과 가치를 놓고 많은 이야기와 토론이 필요한 사이”라고 말했고, 유은혜 의원은 “여권의 흠집내기로부터 안 의원을 보호하고 엄호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밝혔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