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을 술로만 살다…‘안양 초등생 살해 사건’ 혜진양 아버지, 결국 딸 곁으로…
입력 2014-03-04 18:49
[쿠키 사회]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사건’으로 숨진 혜진(당시 11세)양의 아버지 이창근(53)씨가 3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고인은 딸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후 술에 의지해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2007년 발생해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이다. 그해 12월 25일 살인마 정성현(당시 39세·사진)은 성탄절 예배를 마친 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혜진양과 우예슬(당시 9세)양을 납치했다.
고인을 비롯한 부모들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내고 애타게 딸을 찾아나섰지만 결국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고인에게 혜진양은 특별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어렵게 꾸려 나가던 살림이 조금 나아졌을 때 얻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었다. 이미 10대 후반으로 다 자란 아들과 딸을 키워놓은 상태에서 막내 혜진양을 보는 것만으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런 딸을 잃고 그저 의지만으로 괴로움을 이겨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는 사건 후 10간 근무했던 직장을 그만두고 6년 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에선 상담센터 치료라도 받아보라고 권유했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딸의 4주기 추모식에서 “내가 죽으면 죽었지 새끼 먼저 보내는 부모는 없다. 한이 맺히는 거다. 한 평생 죽을 때까지”라며 괴로워했다. 5주기 추모식에서는 “널 안고 잘 때가 제일 행복했었는데…이렇게 추운 날 널 먼저 보낸 애비를 용서해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2009년 정성현이 대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게 됐을 때도 “그런다고 이미 하늘나라로 간 내 딸이 돌아오느냐”며 격분했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안양 A병원 장례식장은 남편이 실직한 뒤 조리 일을 하며 가정을 책임졌던 부인 이달순(49)씨와 아들(24), 딸(22), 친척 등 유족 10여명만이 이씨의 영정을 조용히 지키고 있다.
이 장례식장은 6년여전 혜진이를 떠나보낸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인의 시신은 화장돼 혜진양이 묻힌 안양 청계공원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발인은 5일 오전 10시에 치러진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