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회를 향해-구멍 뚫린 빈곤정책] 10월 기초생활보장제 개편… 세 모녀는 구제 받을 수 있었을까
입력 2014-03-05 02:34
정부는 국민들의 복지 체감을 높이겠다며 오는 10월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최저생계비를 없애고 별도의 소득 기준으로 생계·주거·교육급여를 따로 지급하는 맞춤형 급여제도를 설계했다. 서울 송파구의 세 모녀가 살아있었다면 새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 제도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까다로운 조건들 탓에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제도가 바뀌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해당)의 30% 이하로 살아가는 빈곤층은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세 모녀는 생계급여 수급 자격이 안 된다. 3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의 30%는 102만원. 어머니 박모씨가 계속 일을 할 경우 소득 기준보다 많이 벌기 때문이다. 박씨가 심하게 다쳐 근로무능력자 판정을 받더라도 딸들이 근로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돼 추정소득에 걸리는 건 마찬가지다. 기준이 크게 바뀌지 않는 생계급여는 세 모녀에게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중위소득의 43% 이하로 소득 기준이 올라가는 주거급여는 받을 수 있을까. 3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의 43%는 155만원. 박씨의 소득을 150만원으로 추정하면 주거급여(서울지역 3인 가구 기준 임대료인 24만원)를 받을 자격은 된다.
하지만 실제 이들에게 주어지는 주거급여는 ‘0원’이다. 신설된 자기부담금 탓이다. 자기부담금은 ‘(대상자의 소득-생계급여)×0.5’로 책정된다. 소득 150만원에서 3인 가구에 지급되는 생계급여(102만원)을 빼면 48만원이다. 이를 반으로 나누면 24만원. 기준 임대료(24만원)에서 자기부담금(24만원)을 빼면 결국 받을 돈은 0원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