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극적 출마선언·빅매치로 ‘신당 바람’ 잡는다
입력 2014-03-05 02:34
야권의 통합신당에 맞서는 새누리당의 승부수는 ‘본선보다 치열한 경선’이다. 당 안팎의 유력 후보들이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다 극적으로 결심을 굳혀 공식 선언하는 과정을 통해 초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후 격전지에서 잇따라 경선을 치러 통합신당 바람을 잠재운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계획은 현재로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야권통합이 삐걱대던 ‘중진차출론’의 불씨를 되살렸다. “상황이 엄중해졌으니 ‘선당후사’해야 한다”는 논리에 힘이 실리면서 지방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던 유력 주자들의 결심을 종용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지속적으로 ‘차출 압박’을 받아온 남경필 의원은 4일 당내 쇄신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의원들과 경기지사 출마 여부를 논의한 뒤 기자들에게 “다들 출마하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5일 출마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남 의원이 출마 결심을 굳히면서 이미 출사표를 던진 원유철·정병국 의원, 김영선 전 의원 간 경선 구도가 만들어졌다.
인천에서도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의 출마로 이학재 의원, 안상수 전 의원과의 경선이 예상된다.
유 장관은 지역구인 경기도 김포 시민회관에서 열린 긴급당직자회의에 참석해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인천시장에 출마하라는 정치적 명령을 더 이상 제 자신의 편안함을 이유로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닷속이라도 당과 나라를 위해 한 몸 기꺼이 던지겠다”고 인천시장 출마를 사실상 선언했다. 유 장관도 5일 장관직을 사퇴하고 출마 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지사 출마로 마음이 기운 원희룡 전 의원과 우근민 현 지사의 경선이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7선의 정몽준 의원과 서울시장 후보자리를 놓고 ‘빅매치’를 펼칠 김황식 전 총리는 14일 귀국한다. 김 전 총리 측은 “공천신청 마감이 10일이라면 대리인을 통해서라도 규정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공천신청 마감을 15일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출마 고심→결심→선언’으로 이어지는 절차는 대중의 관심을 붙잡아두고 막판 열기를 달아오르게 하는 극적인 효과도 있다. 실제 정 의원은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도전 의사가 없음을 밝힌 뒤 지난 2일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하기까지 2개월 넘게 줄곧 이슈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당 관계자는 “유력주자들이 연이어 출마 선언을 하고, 경선에 뛰어들면 지역에서부터 서서히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바람이 결국 표로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