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학금, 장학금인가 임금인가… 대학가는 지금 논쟁 중

입력 2014-03-05 01:37


“근로장학생들 솔직히 노동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최저임금 적용해줄 필요가 있나요?”

“근로장학생도 엄연한 노동자죠. 학교가 장학금이란 핑계로 모른 척하고 있을 뿐.”

지난달 서울 모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근로장학생 시급’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한 단과대에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일할 ‘풀타임’ 근로장학생을 구하며 시급을 5000원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5210원인데 시급 5000원이 과연 적절하냐는 게 논쟁의 요지였다.

개강을 맞은 대학가에서 근로장학생 지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핵심은 근로장학금이 ‘장학금’이냐, 노동의 대가인 ‘임금’이냐 하는 점이다.

대학들은 대부분 근로장학생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각 학교에서 제출받아 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17개 대학의 근로장학생 평균 시급은 5006원이었다. 대학 5곳 중 1곳은 최저임금을 밑도는 시급을 주고 있다. 1000원대 시급을 주는 곳도 있었다. 학생들에게 ‘노동’을 시키면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대가를 준다는 지적에 대학 측은 “장학금 명목으로 나가는 돈이어서 최저임금과는 상관없다”고 반박한다.

반면 근로장학금이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대학생의 학비 지원을 위한 ‘일자리’임을 고려하면 이들에게 법적 노동요건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교내 알바’를 시키면서 최저임금도 안 주면 대학이 편의점과 다를 게 뭐냐는 것이다. 이혜정 알바노조 사무국장은 “대학들이 정당하게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이를 장학금으로 포장해 장학금 수혜율을 높이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근로장학생이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으면 주휴수당, 야간수당 등을 비롯해 생리휴가, 4대 보험, 퇴직금, 법정 휴게시간, 유급휴일, 유급휴가 등이 보장된다. 근로계약서 작성도 의무화돼 안정적인 고용 환경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 사이에선 “근로장학생이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을 경우 오히려 손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소득 인정액이 최저생계비(2014년 1인 가구 기준 60만3000원)에 못 미치면 생계급여를 받는다. 그러나 근로장학금이 근로에 대한 임금으로 간주될 경우 그만큼 소득 인정액에 반영되기 때문에 생계급여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생계급여를 받아야 하는 근로장학생들은 오히려 노동자 지위를 꺼리는 실정이다.

이 사무국장은 “대학 근로장학생들은 엄연한 노동을 하면서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데 그런 상황을 감수해야만 저소득층 복지 혜택이 제공된다”며 “또 다른 형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