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지하주차장 살해 사건 17시간 후 유력 용의자 투신… 의문투성이 두 죽음
입력 2014-03-05 01:37
지난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고급아파트 주차장에서 이모(38)씨가 흉기에 찔려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유력 용의자로 이씨와 채권·채무관계가 얽혀있던 고향 선배 조모(39)씨를 지목하고 행방을 추적했다. 그러나 조씨는 4일 “내가 이씨를 죽였다”는 유서를 남긴 채 서울 서초구의 다른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숨졌다. 경찰은 수사를 종결키로 했지만 강남 고급아파트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혹이 여럿 남아 있다.
사건이 일어난 고급아파트는 이들의 연고가 전혀 없는 곳이다. 경찰에 따르면 살해당한 이씨는 전남 해남군 고향 후배인 A씨(36)와 지난 2일 경기도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인테리어 사업 논의 차 지인의 집에서 하루를 보낸 이씨 일행은 이튿날 조씨를 만나기 위해 서울 목동에서 경기도 성남으로 렌터카를 타고 이동했다. 식사를 함께 한 세 사람은 서초구 L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여기서 조씨가 갑자기 이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들이 누구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생활수준을 고려했을 때 고급아파트에 지인이 살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를 운전한 A씨도 “조씨가 시켜서 왔을 뿐 누굴 만나러 온 건지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이씨를 죽인 곳은 한 아파트 동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앞이다. 고급아파트인 만큼 CCTV가 다수 설치돼 있지만 이곳만은 CCTV가 없었다. 이곳에 연고가 전혀 없는 조씨가 보안 취약지대를 꿰뚫고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이들의 채권·채무관계와 연관된 누군가가 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살인 후 하루 동안의 조씨 행적도 의문이 남는다. 조씨는 범행 이후 오후 4시쯤 어머니에게 전화로 범행사실을 고백했다고 한다. 이후 휴대폰을 끄고 잠적했다. 경찰은 통화기록을 조회해 조씨가 평소에 경기도 성남의 지인과 여러 번 통화한 사실을 포착하고 지인의 집 근처에서 잠복했다. 동시에 이 아파트 내부와 주변건물 CCTV를 확보해 분석했지만 조씨의 행적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범행 17시간 만에 조씨가 몸을 던진 아파트는 사건이 난 아파트와 불과 500m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조씨가 사고가 난 아파트 내부에 은신해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씨가 폭력조직에서 활동했다는 진술도 확보됐다. 이 경우 조씨가 한 건의 살인 때문에 투신까지 해야 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폭력조직원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수사가 끝났기 때문에 다른 부분을 확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