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카 XLV’ 제네바 모터쇼서 세계 첫 공개… 쌍용차, 유럽시장 공략 ‘가속 페달’
입력 2014-03-05 02:33
제84회 제네바 모터쇼가 열린 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 제4전시장.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이 자사의 부스 한가운데로 걸어 나와 하얀 천을 벗기자 은빛의 작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모습을 드러냈다. 쌍용차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구상 중인 콘셉트카 XLV가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콘셉트카는 개발 단계에서 신모델의 철학을 담아 만드는 시제품이다.
쌍용차가 그동안 주로 차를 판 곳은 러시아와 중남미였다. 거친 지형이 대부분인 환경 덕택에 이른바 정통 SUV인 렉스턴, 카이런, 코란도스포츠 같은 차를 찾는 고객이 많았다. 지난해만 해도 러시아와 중남미의 판매 비중이 전체 쌍용차 수출에서 62%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쌍용차는 지난해부터 ‘콤팩트 SUV’의 콘셉트카를 잇따라 내놨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시장을 늘려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콤팩트 SUV는 유럽에서는 이른바 ‘B세그먼트 SUV’로 불린다. C세그먼트 SUV인 코란도C나 기아자동차 스포티지, 현대자동차 투싼보다 외형과 엔진 크기가 한 단계 작다.
쌍용차가 도전하는 시장은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이다. 유럽에서도 SUV는 2010년 이후 4년 연속으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 전체의 자동차 판매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현상이다. 특히 SUV 차량 가운데 B세그먼트 비중은 2012년 12%에서 지난해 22%로 급속히 커지고 있다. 유럽 사람들이 점점 더 작은 SUV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XLV는 쌍용차가 내년에 출시할 콤팩트 SUV X100 이후에 개발될 모델을 미리 엿볼 수 있게 해준다. X100보다 차체가 긴 ‘롱바디’ 모델로 소형이지만 최대 7명까지 탈 수 있다. 트렁크 공간에 좌석을 배치해 승차인원을 늘렸다.
2열과 3열 사이 바닥에 레일을 깔고 중간 좌석을 앞뒤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중간 좌석의 위치에 따라 ‘2+3+2’나 ‘2+2+3’의 시트 배열이 가능하다. 쌍용차는 ‘실내 커뮤니케이션 강화’에 개발 철학을 뒀다고 밝혔다.
XLV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이기도 하다. 1.6ℓ 디젤엔진과 10㎾급 전기모터가 장착됐다. 이 사장은 “우리는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유럽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왔다”며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설립 60년을 맞은 올해 미래 지속 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제네바 모터쇼는 4∼5일 미디어데이를 시작으로 16일까지 이어진다. 200곳이 넘는 완성차·타이어·부품 업체가 참가한다. 세계 최초로 공개된 신차와 콘셉트카도 약 60종에 이른다. 유럽에서 열리는 영향으로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차가 대거 전시됐다. 유럽 기자들이 모터쇼에 맞춰 뽑은 ‘2014 유럽 올해의 차’에는 푸조의 준중형 해치백 308이 선정됐다.
제네바=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