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이나 정권교체 쿠데타… 전쟁 의사없다”
입력 2014-03-05 03:3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실각을 ‘반헌법적 쿠데타’로 규정했다. 군대파견 가능성에 대해서는 배제하면서도 상황이 악화될 경우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권리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서방의 경제제재 움직임에 대해서는 역풍이 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푸틴 “우크라 反헌법 쿠데타”=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의 실각을 가져온 정권교체에 대해 “무력에 의한 권력 장악”이라고 규정하며 “야누코비치 대통령만이 유일한 합법적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다분히 이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키예프에서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인사와 만나는 점을 의식한 선제 조치다.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위협하는 행위는 서방 자신에게도 해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튀니지를 방문하고 있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러시아의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경제제재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크림반도에 감돌던 전운은 다소 해소된 분위기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개입은) 국제법의 틀 안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더 이상의 파병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크림반도에 분리주의 감정을 자극하는데도 흥미가 없다고 했다.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병합할 계획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말 전격적으로 지시했던 서부와 중부 군관구 지역의 비상군사훈련을 마무리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모든 수단을 동원할 권리가 있다고 밝혀 군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그는 무력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며 어떤 개입도 국제법의 틀 안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와 관련, 서방이 푸틴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러시아가 크림반도에서 철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말뿐인 오바마, 대체 왜?=러시아가 전쟁을 원하지는 않아 보이지만 크림반도에서의 주도권은 여전히 러시아가 쥐고 있다. 미국이 “군사 개입에 대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고가 위협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시리아 사태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선(Red Line)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실제 아사드 정권이 민간인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한 뒤에도 군사 개입을 하지 않았다.
미국이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로 인해 국방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도 러시아에 실제적인 위협을 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 이후 거세진 반전 여론도 미국의 적극적인 군사개입을 막는 요인이다.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만간 러시아와 물밑에서 만나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