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과일發 농식품값 인상… 장바구니 더 가벼워질 판
입력 2014-03-05 02:33
김정미(33·여)씨는 며칠째 퇴근 후 바나나를 사러 대형마트에 들렀지만 번번이 허탕을 쳤다. 매장 안내원은 필리핀 기상 여건 악화로 수입량이 줄면서 매장에 들여놓는 바나나 물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산 바나나, 미국산 오렌지, 칠레산 포도 등 수입 과일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필리핀산은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산 바나나의 97.4%를 차지한다. 그러나 태풍에 이은 폭우로 수확량이 줄면서 수입가격이 오르고 수입량도 줄었다. 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바나나 수입가격은 전월 대비 4.5% 올랐다.
수입 물량의 99%를 점유하는 미국산 오렌지는 주산지인 캘리포니아에 한파가 몰아닥치며 수확량이 줄었다. 지난 1월 기준 오렌지 수입가격은 8.8% 상승했다.
칠레산 포도는 선적 업체의 파업 여파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수입 과일 가격이 오르다 보니 딸기, 감귤 등 국내산 과일 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난 이상 기후로 국제 곡물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선 지난달 말 기준 밀 선물가격이 전월 대비 7.8% 올랐다. 미국에 몰아친 한파와 빡빡한 현물 수급 사정 등이 얽히면서 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두 가격은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지난 1월 중순 이후 주요 생산지인 브라질 남부지역과 아르헨티나의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고온건조한 기후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쇠고기 가격도 강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을 양분하는 호주와 미국의 올해 쇠고기 생산량과 수출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입 쇠고기는 국내 시장의 52%를 점유한다. 수입산 가운데 호주산이 54%로 가장 비중이 크고 미국산은 37%를 차지한다.
호주와 미국의 쇠고기 수급 전망에 따르면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에 비해 각각 8.2%, 5.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량도 각각 7.3%, 9.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와 미국의 쇠고기 생산 및 수출량 감소는 우리나라의 쇠고기 수입량 감소와 수입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입 쇠고기가 줄어들면 국내산 쇠고기로 수요가 몰리면서 한우 가격도 강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농협경제연구소는 “한우와 수입육의 지나친 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쇠고기 소비 감소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안정적인 수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