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셋 모두 SKY대학 보낸 양영채씨 가족, 그 비결은…
입력 2014-03-05 02:31
“틈만 나면 체험여행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인생철학 들려주죠”
대학 입시의 필수요소가 되다시피한 과외 한번 시키지 않은 채 딸 셋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보낸 양영채(55·우리글 진흥원 사무총장)씨. 양씨의 친지들은 “유대인의 탈무드처럼 이 집만의 비전(秘傳) 교육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며 털어놓으라고 보채기도 한다. 어찌 친지들뿐이겠는가.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그 비결이 궁금할 만하다.
‘SKY(서울대 고대 연대) 가족’의 교육 노하우를 듣기 위해 양씨를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났다. 양씨는 “비결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꼽으라고 한다면 가족이 함께한 체험여행일 것”이라고 했다. 양씨 집의 가족여행은 ‘언론 고시’에 합격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첫딸(28)이 유치원 때 시작됐다고.
“배가 아파서 유치원에 못 가겠다고 하더군요. 그 주말에 하회마을로 가족여행을 갔는데, 아이가 감쪽같이 나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가족여행은 양씨집의 ‘약손’이 되었다.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가면서 가족여행은 교육적 목적이 커져 가족체험여행이 됐다. 양씨는 아내와 함께 늦둥이 아들(고등학교 2)까지 네 자녀와 20년간 함께한 가족체험여행을 정리해 최근 ‘SKY 가족여행 놀면서 공부하기’(맹모지교)를 출간하기도 했다. 맏딸이 서울대에 입학하고, 둘째 딸이 과학고에 합격했을 때 단숨에 남해까지 달려가 낙조를 맞으면서 부부는 “우리 얘기를 정리해 체험여행교과서를 내자”고 계획했었다고.
양씨는 “가족체험여행은 부모 자녀의 공동행사로 준비 과정부터 자녀와 함께하라”고 당부했다. 여행지 선택과 시기 등 여행 일정에 대해 부모와 자녀가 의견을 나누고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바람직한 부부 모습도 보여주고, 정보수집과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효율적인 방법, 의견이 다른 사람과 조율하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는 것.
“여행지는 아이들의 사회 과학 등 교과서 목차를 살펴보고 관련 장소를 정하되 자연풍광이 좋은 곳으로 하세요.”
그는 컴퓨터,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요즘 아이들은 감정이 메마르고 삭막해져 있기 십상이므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접하게 해 감수성이 풍부해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양씨는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 부부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품깨나 들였다”고 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역사책, 백과사전도 뒤지고, 관련 위인전도 읽어 부부가 머릿속에 꽁꽁 쟁여 넣고 가서 여행지에서 풀어놓았다고. 그러나 여행지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의 백미는 책에서, 또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관련 정보가 아니었단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교훈, 부모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인생철학을 들려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도움이 됩니다.”
그는 충북 단양 고수동굴에서 있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동굴을 구경하면서 갈림길이 나왔을 때 어느 쪽이 볼거리가 많은지 알 수 없어 선택이 힘들었다. 그때 양씨는 한 철학자의 얘기를 들려주었단다. “우리는 사는 동안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해. 그래서 어떤 철학자는 B에서 D로 가는 길에 C가 있다고 했대. B는 탄생(Birth)이고 D는 죽음(Death)이야. 그럼 C는 뭘까?” 고등학생인 막내아들은 냉큼 ‘선택(Choice)’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가족들은 C를 ‘도전(Challenge)’, ‘달콤 쌉싸래한 게 인생이니까 초콜릿(Chocolate)’ 등 다양한 답을 내놓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양씨의 자녀들은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 집 가족체험여행이 다른 집과 가장 다른 점은 여행지까지 가는 시간과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자녀들과 여행을 다니기 위해 자동차를 일찍 장만했다는 양씨는 우리 집 자가용은 ‘움직이는 교실’이라고 했다. 양씨 부부는 차 안에서 스무고개, 각종 퀴즈, 사고력 문제, 규칙 찾기 등 다양한 놀이를 하며 자녀들에게 어휘력, 사고력, 논리력을 키워 줬다고 했다. 양씨는 “그 사이 사이에 우스갯소리와 개그를 집어넣어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내 몫”이었다며 허허 웃었다.
회사 일이 아무리 바빠도 가족체험여행에 빠진 적이 없다는 양씨는 “아이들 양육과 교육은 아내가 담당했지만 가족여행만큼은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평소 자녀와의 관계가 소원한 아버지라면 가족여행은 그 관계를 복원할 좋은 기회이니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세요.”
아침에 나갔다가 밤에 들어오는 하숙생 같은 아버지라면 여행지에서 자녀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본심을 보여주고, 아버지의 고민까지 들려주라고 했다. 그러면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전달될 것이란다. 또 ‘공부하라’고 닦달하는 엄마뿐만 아니라 자신을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아빠도 있다는 걸 인식시켜 주면 자녀가 안정감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