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종걸] ‘경제계획’에서 필요한 것

입력 2014-03-05 01:35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에 기대가 컸었다. 현 정부의 경제운영 목표와 수단 그리고 사고체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3대 추진 전략으로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수출의 균형경제’를 제시한 점은 수긍이 간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다. 정책 대상이 얼마나 한국경제 전체를 포괄하며 그 수단이 구체적인가에 달려 있다. 또한 각각의 정책 수단이 논리적으로 ‘패키지화’되어 있는 것도 중요하다. 포괄성과 구체성, 그리고 논리성이라는 잣대에서 본다면 이번 발표의 성적은 합격점 미달이다.

첫째로 경제의 기초를 튼튼히 한다는 목표였다. 실행 수단은 공공부문 개혁, 시장원칙 확립, 사회안전망 확충이었다. 각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공공부문 개혁을 별도로 친다면 나머지는 상당히 ‘이빨’이 빠져 있다. 대통령 담화문에서 강조한 노사관계 건전화가 관계부처 합동의 참고자료에는 아무리 살펴봐도 실행 방법이 없다. 그러면서도 3년 후에는 연간 총 1만2000일의 근로손실일수를 줄인다고 말한다.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 재벌 총수의 지배권 남용 등에 대한 견제 수단 또한 찾을 수 없다. 시장의 원칙을 결정하는 노사관계 및 기업 간 거래질서에 대한 총체적인 그림이 미흡한 것이다.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가면 더욱 난해해진다. 상가권리금 보호, 고용보험 및 희망키움 통장 확충, 실업급여 체계 개선만으로 전체의 사회안전망이 강화될 리는 없다. 제3과제(내수·수출 균형경제) 속에 산재한 복지 관련 정책들(가계부채 관리, 임대시장 선진화, 여성 일자리 창출)을 모두 모아도 어떻게 박근혜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맞춤형 복지와 연계되는지 가늠할 방법이 없다.

둘째로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만든다는 목표였다. 앞으로의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중심은 벤처 육성에 있다. 창업을 위한 4조원의 재정자금, 엔젤투자펀드 7600억원 등 거의 유일하게 지원 액수가 명시되어 있다. 그만큼 이번 발표의 최대 강조점이다. 그러나 벤처만으로 어떻게 5000만 인구의 먹거리를 마련할지 잘 모르겠다. 정책 목표는 벤처 육성이 아니라 혁신경제에 있는 것이다. 농업 식품 섬유 화학 기계 중소기업 골목상권에 이르기까지 산업과 담당 주체를 분류하고 필요한 혁신의 방식을 제시해야 옳았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산업을 재분류하고 각각의 중장기 목표, 담당 주체, 기술과 인적 자원 육성 방안, 정부의 실행체계 등이 정리되었어야만 했다. 그것이 바로 미래의 먹거리 전략이며 새로운 성장동력의 구상인 것이다.

셋째로 내수·수출의 균형경제를 만든다는 목표였다. 주안점은 규제개혁이다. 보건 의료 교육 금융 관광 소프트웨어 등에서 규제를 혁파해 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권마다 규제 혁파는 언제나 단골 메뉴였다. 현 정부의 강점은 무엇인가. 보건 의료 교육 금융의 규제 혁파가 공공성에 배치되지 않기 위한 방책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논리적으로 대답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정책으로서의 의미는 상당히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필자가 오해했을 수도 있다. 아니라면 앞으로 만들어가면 된다. 그래도 두 가지만은 꼭 해결했으면 한다. 하나는 이번 계획에 예산 계획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로지 3년 후 4% 잠재성장률, 70% 고용률,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로의 초석이라는 성과만이 강조된다. 비용 없는 성과란 적어도 필자는 들어본 적이 없다. 또 하나는 정책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국민행복인 듯도 하지만 4만 달러가 국민행복인가. 프랑스의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가 2008년 국민행복을 규정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든 것도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어쩌면 경제계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책적 포괄성도 구체성도 그리고 논리성도 아닌 바로 철학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