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누리당은 정치혁신으로 정면 승부하라

입력 2014-03-05 01:51

저급한 對野 비난공세 접고 의젓한 모습 보이길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통합신당 창당에 대한 새누리당의 비난 공세가 금도를 넘어섰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연일 정치적 야합이라고 몰아치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신기루 같았던 안 의원의 정치실험은 이제 종말을 고했다”고 말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시작이 잘못됐는데 과정과 끝이 좋을 리 없다”고 했고, 윤상현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민주당과 안 의원의 연대는 이번이 세 번째로 정치가 무슨 사골곰탕이냐”고 비난했다. 홍 사무총장은 또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경기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참으로 기회주의적이고 약삭빠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의 발언은 지나치게 원색적이고, 저주가 서려 있다. 집권당 핵심 당직자들의 말이라고 하기엔 너무 저급하다. 아무리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다지만 이렇게도 여유가 없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막말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해 놓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게 정치인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새누리당의 위기의식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6·4 지방선거를 민주당, 안 의원이 만드는 신당과 더불어 3파전으로 치르길 내심 기대하고 있던 새누리당으로선 야권통합이 큰 악재임에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탄생할 신당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흠집 내는 것이 최고의 선거 전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정치공학에 의지하는 구시대적 수법이어서 성공하기 어렵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상대를 밟아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청산 대상임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통합신당에 휘둘리지 않고 선거를 잘 치러내기 위해서는 안 의원이 ‘새 정치’라 부르는 정치혁신으로 정면승부를 펼쳐야 한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은 신당 창당 과정에서 정치혁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유일한 살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진정성 있는 정치혁신 방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야당은 새 정치 하겠다고 나서는데 새누리당이 과거를 붙잡고 있다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다. 국민들은 지금 여야가 정치혁신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새누리당에게 가장 시급한 정치혁신은 국정의 핵심 축인 집권당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일이다. 새누리당은 현재 야당과의 협상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대통령에게는 직언 한마디 못하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이런 집권당은 나라를 위해서도, 대통령을 위해서도 도움이 안 된다. 야당 헐뜯기는 즉각 중단하고, 국정담당 세력답게 의젓하고도 당당한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상생과 통합의 정신은 집권 여당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다. 새누리당은 또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예상되는 계파 싸움을 특별히 경계해야겠다. 권력 싸움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백해무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