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심과 배려로 ‘자살 공화국’ 오명 벗을 수 있다
입력 2014-03-05 01:41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잇따르고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전 국민을 분노케 한 서울 석촌동 세 모녀 자살 사건에 이어 2일과 3일 경기 광주시와 동두천시, 서울 화곡동에서 생활고와 간병에 지친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광주와 동두천에서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어린 자녀와 동반 자살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살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2012년 전국에서 1만4160명이 천하보다 귀한 목숨을 끊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10년 33.5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29명의 2.5배를 넘어섰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해 본 ‘자살 예비군(群)’이 637만명을 웃돌고, 자살 예비군 중에서 자살을 시도한 ‘자살 고위험군’은 30만명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자살한 사람보다 21배 많은 자살 고위험군과 449배 이상인 자살 예비군이 있다는 것은 큰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음의 질병인 자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은 원인별로 세워야 한다. 세 모녀처럼 복지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는데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 경우는 정부가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사례다. 보건복지부가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을 파악하기 위해 일제조사에 나섰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극빈층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이들이 복지제도를 숙지하도록 널리 알려야 한다. 정부는 공무원의 보직 변경과 인력 충원을 통해 부족한 복지전담 요원을 확충하기 바란다. 이참에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한국교회 등 종교계와 사회단체의 도움을 받고 연대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무관심과 학업 스트레스, 학대, 가정·학교 폭력 등 심리적인 압박과 잘못된 주변 환경에 눌려 자살을 선택하는 청소년과 젊은이를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살 징후가 있는 이들이 전문가의 상담을 받도록 적극 유도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로 인해 사회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
1등 지상주의를 과감히 지양하고 고교·지방대 졸업자도 차별 받지 않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 학부모 교사 회사원 공무원 자영업자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이들의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빈곤과 질병, 외로움이라는 3중고(苦)로 신음하는 노년층을 위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