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정원교] 中 인권운동가 胡佳의 다짐
입력 2014-03-05 01:35
“24시간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나의 변호사 모샤오핑(寞小平), 상바오쥔(尙寶軍), 딩시쿠이(丁錫奎)에게 알려 달라.”
중국의 대표적 인권운동가 후자(胡佳)는 지난달 25일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자신의 웨이신(微信·WeChat) 계정에 이런 글을 올렸다. 시작 부분은 “(광저우에서) 베이징에 막 돌아왔는데 국보총대(國保總隊)인지 망보총대(網保總隊)가 나를 소환했다. 죄명은 공공질서문란죄”로 돼 있다.
국보총대는 베이징시 공안국 국내안전보위총대, 망보총대는 베이징시 공안국 인터넷안전보위총대를 말한다. 그는 “지금 그들과 함께 집을 떠난다”면서 베이징시 공안국의 소환장도 웨이신에 띄웠다.
그는 조사를 받고 26일 새벽 집으로 돌아온 뒤 줄곧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당시 자신이 풀려난 사실을 웨이신에 알렸으나 모두 지워져 있었다고 했다. 4일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망보총대가 그랬을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해마다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때면 가택연금을 당해 새삼스럽지도 않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집 앞에 서 있는 경찰 4명이 보인다”면서 “인권운동을 하는 동료 대다수는 지금 체포되거나 가택연금돼 있다”고 전했다.
후자는 2008년 4월 정부 전복 선동죄로 3년6개월형을 선고받은 뒤 복역했다. 같은 해 유럽의회가 주는 인권상인 ‘사하로프상’을 받았다. 그의 아내 쩡진옌(曾金燕)도 동지적 삶을 살고 있다. 요즘 후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의 석방과 그의 아내 류샤(劉霞)의 가택연금 해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가 지난달 14일 웨이신에 올린 글은 이렇다. “오늘은 위안샤오제(元宵節·정월대보름)이자 칭런제(情人節·밸런타인데이). 하지만 어떤 부부의 경우 남편은 5년 동안 감옥에, 아내는 3년 동안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류샤오보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을 환기시킨 것이다.
미국으로 건너간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이 2012년 가택연금돼 있던 산둥성에서 베이징으로 탈출할 당시에도 그는 상당한 역할을 했다. 티베트와 위구르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연초에는 6·4 천안문 사태 25주년을 앞두고 중화권 반체제 인사들과 함께 릴레이 단식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40세의 젊은 나이에 간경화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병원에서 받은 약봉지 사진도 웨이신에 올린다. 그는 “매일 밤 약을 먹어야 한다”며 “한두 번 가택연금되는 게 아니지만 류샤가 얼마나 힘들지 깨닫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언제든 체포될 준비가 돼 있다”고 강단을 보였다.
중국 당국은 매년 양회가 다가오면 ‘말썽꾸러기들’부터 단속한다. 체포 또는 가택연금은 고전적 수법. 외출 시 공안이 차를 태워주면서 내내 감시하는가 하면 강제로 여행을 보내기도 한다. 물론 공안을 동행시킨다.
중국은 한 해 국방 예산보다 치안 등 체제유지 비용이 더 많은 나라다. 공산당 정권의 안정을 해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얼마나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자칫 방심하다 14억 가까운 인구의 대륙에 혼란이 초래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소위 ‘대국굴기의 번뇌’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통제를 통해서만 유지되는 사회라면?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각계의 분출하는 요구에 숨통을 틔워주면서 안정도 해치지 않는 묘안을 아직 찾지는 못한 것 같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