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설 목사의 시편] 소리(sound)와 소식(news)
입력 2014-03-05 01:33
몇 해 전 중국에서 현지인들과 한 주간 동안 함께 생활했던 일이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불편했으나 함께 생활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내게 중국인 가정의 음식을 맛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내가 묵었던 숙소는 연립주택이었는데 40m 정도 되는 거리에 공업용 광석을 분쇄하는 공장이 있었다. 공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포크레인으로 바위 같은 큰 돌을 분쇄하는 작업을 했다. 저녁부터는 낮에 작업한 주먹크기만한 광석을 분말로 만드는 작업을 밤새도록 했다. 엄청난 양의 모래먼지가 주택가를 뒤덮었고, 소음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소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물체의 진동에 의해 생긴 음파가 귀청을 울리어 귀에 들리는 현상이다. 대개 소음은 동일한 소리가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동일한 소리를 반복해 듣는 것은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도 동일한 내용을 반복해서 듣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오죽하면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고 말할까.
숲 속의 새들이 노래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새들의 소리도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각종 소리와 다를 것이 없다. 새소리도 정보와 신호를 전달하는 자기들의 의사표현이다. 사랑노래부터 영역이나 자기 짝을 지키고 차지하기 위한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까지 존재한다. 새들의 소리를 잘 관찰하면 모두 똑같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경우는 다급한 상황을 알리는 듯하며, 두려움과 공포를 호소하는 소리, 한가하고 편안한 시간의 유흥처럼 느끼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뭔가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성내는 소리도 있다. 이처럼 새들의 세상에도 사람들의 세상과 동일한 현상과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우리 귀에는 새들의 소리가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로 들린다. 새들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나타낸 것인데 사람의 귀에는 아름답게 들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들은 그 소리를 상한 마음의 감정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사순절이 시작된 지금, 소리와 소식을 분별해야 한다. 하늘의 소식을 들은 현자들은 삶의 태도와 방식이 바뀌었고 인생관이 달라졌다. 그들은 사명을 다하기 위해 자기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예민함이 있었고, 보고 들은 소식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동력이 되게 했다. 그들은 하늘로부터 소리(sound)를 들은 것이 아니라 소식(news)을 들은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성경의 증언이다. 우리의 의사소통에 소리보다 소식이 많아야 하는 이유다. 사순절기에 말을 아끼고 침묵의 시간을 통해 내 말이 소음공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여주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