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로 3명 사상… "브레이크등 켜진 채 돌진"
입력 2014-03-04 14:49
[쿠키 사회] 광주에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일가족 3명 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해당차량은 브레이크를 밟아야 점등되는 트렁크 부근의 붉은 정지신호등(브레이크등)이 켜진 채 주차장 외벽을 향해 돌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일 오전 7시20분쯤 광주 광산구 모 공장 내 주차장 외벽에 김모(50)씨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돌진했다. 이 사고로 김씨가 숨지고 뒷좌석과 조수석에 각각 앉은 딸(22)과 아들(19)이 크게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김씨는 이 공장에서 일하는 아내를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공장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 결과, 김씨의 차량은 정지한 상태에서 갑자기 120m 정도 떨어진 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했다. 이 과정에서 수초간 차량 정지신호등이 지속적으로 켜져 있었다. 김씨가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던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다.
동승했다가 다친 딸도 “아버지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차가 계속 질주했다”고 진술했다.
사고 차량은 2000년 출고된 것으로 김씨가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지등이 켜진 점과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급발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하지만 경찰은 2011년 11월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때도 정지등이 켜져 있었으나 ‘급발진 사고’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운전자는 주행 중 브레이크 등이 켜진 점을 들어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급발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2012년 모의충돌 실험 결과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도 제동등이 켜지고 ABS(브레이크 잠김방지장치)가 작동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기계적 관성력에 의해 브레이크 등이 켜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급발진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민관 합동조사반을 꾸려 지난해까지 3차례 공개실험을 했다.
그러나 “급발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과학적으로는 입증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공식 발표에도 급발진 의심 신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 전국적으로 급발진 신고가 136건이 접수되는 등 매월 약 10건 정도 신고가 접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달리 최근에는 급발진 의심사고에 대해 ‘급발진 사고’로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지난 2012년 사망사고를 낸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기소됐지만 급발진 교통사고라고 주장하는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급발진 의심사고가 나면 해당차량의 결함을 운전자가 아닌 차량의 제조·판매업체가 입증해야 한다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도 있었다. 광주 광산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급발진을 증명할 수 없다면 운전자 과실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