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 투자자는 검은머리 외국인?

입력 2014-03-04 01:36

버진아일랜드와 케이먼 군도 등 조세회피처 투자자들의 국내 주가 예측력이 상당히 높다는 논문이 나왔다. 국내 기업들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두고 ‘검은머리 외국인’을 통해 투자를 해왔다는 의심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다.

3일 한국증권학회에 따르면 양철원 단국대학교 교수는 조세회피처 외국인 투자자의 2005∼2009년 국내 주식 거래를 분석해 ‘조세회피처 외국인 거래의 주가 예측력’이라는 논문을 발표, 이처럼 주장했다. 조세회피처 투자자들이 사들인 581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순매수 금액이 높은 종목일수록 주식시장에서 수익률이 좋았다는 것이다.

또 조세회피처 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이 낮은 종목군을 공매도하는 전략을 쓰면 매달 5.6%의 초과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양 교수는 “익명성을 보장하는 조세회피처 관련자의 주식 거래는 내부 정보를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실제로는 한국의 기업 내부자들이며 정보 거래자임을 암시하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간 기업들이 조세회피처에 ‘검은머리 외국인’을 두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증권 투자에 애써 왔다는 의혹이 컸다. 세계적으로도 헤지펀드들이 조세상 이익과 비밀 유지를 위해 조세회피처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언론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동작업을 통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272명을 확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 교수는 “금융당국이 조세피난처 외국인 거래를 주시하고, 관련 정책을 입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