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 자영업자 탈루액, 하위 10%의 93배

입력 2014-03-04 01:33

상위 10%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액이 하위 10%의 9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 세수 확보와 조세 정의 차원에서 세정 당국이 고소득 자영업자 탈세 적발에 역량을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3일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율 및 탈세 규모의 추정’ 보고서에서 2012년을 기준으로 자영업자 가구주 1인의 평균 종합소득세 탈루액은 207만8000원이라고 밝혔다.

이를 소득수준별로 나눠보면 상위 10% 자영업자의 평균 탈루액은 943만6000원으로 하위 10%(10만2000원)의 93배 수준이었다.

소득 탈루율 기준으로도 상위 10% 계층은 33.5%인 반면 하위 10%는 15.1%에 불과했다. 평균 소득 탈루율은 20.8%였다.

소득 탈루율 하락 속도 역시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10% 계층의 소득 탈루율은 2003년 26.2%에서 2012년 15.1%로 42.4% 낮아졌다. 반면 상위 10%에 속하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소득 탈루율이 44.8%에서 33.5%로 25.2% 하락하는 데 그쳤다.

예산정책처는 소득분위별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율은 고소득계층과 하위계층에서 중산층보다 높은 유(U)자형이었지만 최근 들어 소득이 높을수록 탈루율이 높이지는 등 소득수준에 비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정책처는 2003∼2012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이용해 자영업자 가구의 실제소득을 추정하고 실제소득과 보고소득에 따른 소득세를 추계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를 고소득층은 세금 탈루에 드는 비용에 비해 얻게 되는 편익이 높아 탈세 시도가 잦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저소득층은 근로장려세제 도입 및 2008∼2009년 유가환급금 지급 등으로 소득 파악이 상대적으로 쉬워졌기 때문에 탈루가 어려워졌다.

자영업자의 세원 파악률은 과거보다 증가했지만 여전히 고정적인 급여를 받는 근로자에 비해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사업·부동산 소득 파악률은 2005년 34.6%에서 2011년 59.7%로 높아졌지만 근로소득 파악률(99.5%)에 비해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8회 납세자의 날 행사에 참석해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원을 폭넓게 포착해 공평과세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세금 다 내면 바보’라던지 ‘월급쟁이만 봉’이라는 말이 진실인 양 통용되는 불편한 현실을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