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영업자 “손님 지갑 닫히니… 손 벌릴 곳 고금리 대출뿐”

입력 2014-03-04 01:38


올해 들어 자영업자가 체감하는 경기 상황이 밑바닥 수준으로 다시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진한 업황 탓에 고금리 대출로 연명하는 자영업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상가권리금 제도 보장, 영세 자영업자 전환대출사업 확대 등 대책이 잇따르지만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3일 소상공인진흥원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99.0) 대비 10.4포인트 하락한 88.6으로 집계됐다. BSI란 투자와 설비, 판매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제 주체들이 관측한 경기 상황 지표다. 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제 주체가 더 많다는 뜻이다.

소상공인들의 체감 BSI는 2012년 5월에만 100.2로 100을 소폭 넘었을 뿐 꾸준히 100을 밑돌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경기를 나쁘게 보는 이유는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소비 축소에 들어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상공인들은 경영 최대 애로사항으로 ‘소비자의 구매력 하락’(21.4%)을 꼽았다. ‘동종 경쟁업체 등장’(17.3%)을 애로점으로 응답한 비율도 높았다. 피자·햄버거 및 치킨전문점 업종의 BSI는 전월보다 무려 49.7포인트 하락해 너도나도 은퇴 뒤 자영업에 뛰어들어 출혈 경쟁하는 현실을 방증했다.

이런 자영업자들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고금리의 가계부채에 내몰리며 ‘가계빚 1000조’ 시대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캠코의 전환대출 상품인 ‘바꿔드림론’을 신청한 이들 가운데 자영업자의 비율은 31.47%를 차지했다.

2011년 6월(27.75%), 2012년 6월(30.47%)과 비교해 점진적인 증가세다. 연 40%를 상회하는 제2금융권의 고금리 빚을 지고 있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바꿔드림론을 찾아오는 고령층의 비중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캠코에 따르면 바꿔드림론 신청자 중 50세 이상의 비중은 지난해 말 17.90%로 2011년 6월(12.80%), 2012년 6월(15.99%)에 이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고령층의 바꿔드림론 수요 증가는 베이비부머의 대거 은퇴와 자영업 창업, 경영난으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이들은 영업을 지속하거나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2금융권을 드나들게 되고 결국 가계부채의 고위험군으로 전락한다.

은퇴자의 자영업자 전환 시도와 폐업의 악순환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의 ‘최근 자영업자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신규 창업자 99만4000명 중 폐업 수순을 밟은 이는 모두 84만5000명이다. 금융 당국은 자영업자와 고령층이 다중채무자로 발전하는 등 가계부채 문제의 고위험군이 서로 겹친다고 인식하고 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꿔드림론의 지원 대상을 계속 확대해 나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캠코에 “소득 활동을 해 상환능력을 갖춘 만 70세 이상 고령자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캠코는 국민행복기금 수탁 신용보증업무지침을 개정해 고령자 연령 제한을 폐지한 상태다. 지난달 금융 당국은 현재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 이용자까지만 신청할 수 있던 바꿔드림론의 대상을 연 15% 이상의 대출 이용자까지로 확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