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요즘 은행장 인사 ‘낙하산’보다 집안사람
입력 2014-03-04 02:34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인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얘기가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이다. 박근혜정부 초반까지만 해도 자주 들리던 이 말들이 최근 기업은행장과 외환은행장 인사에서는 쏙 들어갔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2일 차기 외환은행장으로 내정한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은 은행영업 전반에 대해 폭 넓은 지식과 경험을 겸비하고 있으며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1982년 외환은행에 입행해 32년을 외환은행에서 보낸 ‘전통 KEB맨’으로 임직원 중 가장 맏형이란 점을 강조한 부분이다.
하나금융 한 임원은 “(외환은행과의) 통합 추진에 따른 노조와의 갈등, 실적 저조 등 위기상황에선 아무래도 신망이 높은 내부 인사가 이른바 ‘형님 리더십’을 발휘해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 노조에서는 일단 내부 출신임을 고려해 김 후보의 선임 자체에 대해서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외환은행의 5년 독립경영 보장,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카드통합 저지 등 현안에 대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한편 하나지주는 3일 하나캐피탈 사장과 하나생명 사장에 각각 내부 인사인 최순웅 하나캐피탈 부사장과 김인환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을 선임했다.
지난해 말 임명된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역시 78년 입행해 35년간 기업은행에 몸담아온 내부 인사다. 기업은행 최초의 내부 출신 행장이자 직원들로부터 신임을 받아 연임 이야기가 나왔던 조준희 전 행장의 연임 실패에도 별다른 잡음이 없었던 것은 최초의 여성행장 타이틀에 많이 가려졌지만 권 행장 역시 내부 출신이라는 이유도 컸다.
박근혜정부 초반만 해도 내부 출신보다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많았다. KB금융의 임영록 회장과 임종룡 농협지주 회장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홍기택 산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금융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로 노조의 반발을 샀다. 지난해 7월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근 변화는 금융권 각종 사건 사고의 배후로 낙하산 인사로 인한 내부통제 불능이 꼽히면서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사건 등을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으로 인해 내부통제가 되지 않아 발생한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허경욱 전 기재부 차관의 차기 기업은행장설이 유력했으나 관치금융에 대한 반대 목소리로 결국 권 행장이 낙점됐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