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기관 복리후생 돈줄 ‘사내복지기금’ 논란

입력 2014-03-04 01:38


공공기관들의 과도한 복리후생비의 원천으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지목되고 있다. 근로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법적으로 보장된 기금이지만 방만 경영을 줄이려면 기금 사용을 좀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근로복지기본법 50조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사업 이익의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해 근로자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복지를 늘리기 위한 것이다. 직전 사업연도의 법인세 또는 소득세 차감 전 순이익의 5%를 기준으로 기금법인에 출연할 수 있다. 1991년 사내근로복지기본법에서 처음 명시된 이후 2010년 근로복지기본법으로 통합됐다. 2012년 기준 86개 공공기관이 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금으로 주택자금은 물론 학자금, 의료비, 경조사비 등 방만 경영 항목으로 지목된 복리후생비를 지원할 수 있다. 2010년 기금 출연액은 1014억원이었으나 2012년에는 140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일반 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공공기관이 거둔 수익은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시장이 실패한 분야에서 사업을 운용하며 얻은 독점적 이익의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일반 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기금을 적립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2010∼2012년 평균 1인당 복리후생비가 1310만6000원이었는데 이 중 기금액이 1006만5000원으로 76.8%를 차지했다. 대한주택보증(68.5%), 인천국제공항공사(57%) 등 방만 경영 중점관리기관으로 지목된 공공기관 상당수가 복리후생비에서 기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가 방만한 것이 사실이고 재원의 상당 부분이 사복기금에서 나온다면 기관별로 성과에 따라 비율을 차등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에 보장된 사복기금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노조를 불필요하게 자극한다는 것이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낙하산 인사 같은 핵심적 이슈를 놔두고 방만 경영만 손을 댄다면 노조가 저항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종=백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