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번갈아 쓰다 ‘최측근 정치’ 회귀… 安용병술 통할까
입력 2014-03-04 02:31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최측근 용병술’이 통합신당 창당 과정에서도 통할지 미지수다. 이번 민주당과의 통합신당 논의 과정에서는 2012년 대선 출마 이전부터 함께 해온 변호사들을 비롯한 기존 핵심 측근과 곽수종 경제학 박사 등 신(新) 참모그룹이 전면에 나섰다. 대선에 이은 재·보궐선거, 새정치연합 창당 작업 등에서 민주당·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출신들을 번갈아 기용해온 안 의원이 새 정치를 강조하려 비정치권 인사를 전방에 배치했다는 분석이다.
◇측근 정치로 세력화 성공할까=안 의원은 오랜 지인인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과 변호사 3인방(강인철 금태섭 조광희), 무소속 송호창 의원 등과 대선 출마를 결정해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 야권 단일 후보 협상이 시작되자 박선숙 전 의원이 이끄는 민주당 출신들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갖가지 잡음이 생겼고, 안 의원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실패한 단일화란 평가를 남겼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4·24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 창당 과정에서 보수 책사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김성식 전 의원 등 한나라당 출신들에게 기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3월 조기 창당’을 주도했다는 등의 이유로 최근 2선으로 물러났다는 해석이 나돈다. 핵심 관계자는 3일 “6·4지방선거에 올인하는 구도를 만들고 선거연대와 관련해 오락가락한 발언을 하면서 안 의원의 신뢰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안 의원은 통합 논의에서 정치권 인사들을 배제하는 대신 초창기 멤버들을 다시 등장시켰다. 곽 박사도 새로운 핵심 인사다. 새정치연합 총무팀장으로 자금 등을 담당해온 곽 박사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안 의원 회동에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사는 “1년5개월여간의 안 의원 정치 일정에서 박 원장은 인재 영입에 관여하는 등 그림자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전날 이탈을 선언한 김 전 의원과 달리 일단 창당 과정에 합류할 뜻을 밝혔다.
◇대선 데자뷰…安측 “위험하다”=안 의원이 비밀스럽게 측근 몇몇과만 중대한 일을 상의하는 것을 놓고 내부에서조차 “이런 식이면 126명의 거대 정당에 맞설 세력화가 어렵다”는 말이 들린다. 주변 목소리에 귀를 닫은 채 현안 등에 소수 의견만 반영되는 게 새 정치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에 안 의원을 대선 때부터 도와온 실·팀장급 인사들의 이탈 조짐도 감지된다. 지역조직 반발 역시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얘기가 언론 등 밖으로 새나갈 수도 있는 것인데 안 의원은 결벽증이 있다”며 “이 때문에 처음부터 같이한 비정치권 출신의 가신들만 신뢰하는 듯하다.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인사도 “헐거운 조직에다 인력풀도 없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누가, 어떻게, 뭘 결정하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며 “준비가 부족했던 대선 때처럼 민주당에 주도권을 뺏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대선 당시 단일화 때 안 의원은 민주당의 언론플레이를 이유로 협상 중단과 재개를 수차례 반복했다. 이번에도 안 의원 측은 거듭 ‘메시지 관리’만을 부탁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3월 내 창당 프로세스나 전국 순회 일정 등이 공개되자 송 의원 등이 새 정치를 강조해 달라며 세게 항의해 왔다”고 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