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영범] 현장 맞춤형 인재 육성하려면
입력 2014-03-04 01:35
박근혜 대통령의 스위스 방문 이후 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스위스는 대학 진학률이 30% 미만이지만 도제식 인력양성체제를 구축해 정밀기계, 금융, 관광 등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산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현장 맞춤형 인력 양성을 하는 학교들이 있다. 2011년부터 3년 연속 취업률 전국 1위인 영진전문대는 국내 전문대로는 최초로 산업계 맞춤형 주문식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 365개의 국내외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철저하게 기업에서 요구하는 내용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동아마이스터고는 대기업 공기업 중견기업 등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바탕으로 1·2기 졸업생이 전원 취업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방학을 이용해 6개월 이상 현장실습을 하고 협약기업에서 요구하는 직무를 중심으로 맞춤형 주문식 교육반, 산업체 멘토제 등을 운영하며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많은 특성화고와 전문대들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인력양성과 관련한 산학협력기반이 취약해 체계적인 현장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이나 스위스와 같이 인력양성에 대한 투자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해야 한다. 다른 기업에서 양성된 인력을 채용하기보다는 양성한 인력의 이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인력에 대한 투자를 기업이 적극적으로 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산업과 기술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공급자 인력양성 체계를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학교를 개혁해야 한다. 전문대는 학문적 지식보다는 현장경험이 풍부한 교원을 확보해야 한다. 독일이나 스위스의 전문대에서는 박사 학위를 가진 교원을 찾기 힘드나 우리나라 전문대의 교원은 대부분 박사 학위 소지자다. 현장 실무경험이 풍부한 교원을 확보하고, 현장실습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취업률이 대학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인 현실에서는 대학도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학생들의 취업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교수 위주의 학습을 지양하고 현장 수요를 고려하면서도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는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한다. 선취업 후진학 체계를 정착시키는 것도 현장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필요하다.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50% 미만이고, 상당수의 전문대 졸업생이 졸업 후 취업보다는 4년제 대학으로의 진학을 목표로 하는 현실에서는 특성화고나 전문대에서 진학을 목표로 하는 교육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분석에 의하면 상위 10개 대학을 제외하면 대졸자의 생애임금은 특성화고 졸업생보다 낮다. 학력에 따른 차별이 철폐되고 능력중심 사회가 구축돼야 스위스와 같은 현장 맞춤형 인재가 양성될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노동시장에서 학벌을 대체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 국가직무능력표준에 기반한 학습모듈 및 국가자격체계가 잘 만들어졌다. 이를 특성화고, 전문대 등의 교육과 현장 훈련에 활용한다면 현장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게 될 것이다.
끝으로 창조경제의 핵심인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산학협력의 토양이 더욱 척박해 대부분의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은 취업 후에 현업 훈련을 통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한다. 일부 대규모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만이 꿈과 끼를 가진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양성할 뿐 대부분 기업들은 영세해 제대로 된 인력양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창의성이 더욱 중요한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행정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인력양성과 관련해 공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박영범 (직업능력개발원장·한성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