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러軍의 크림반도 배치 세계평화에 反한다
입력 2014-03-04 01:51
新냉전시대 도래하면 한반도도 악영향 받을 것
우크라이나에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깊게 드리우고 있다. 시민혁명으로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실각하자 러시아는 자국민 보호를 명목으로 흑해 연안의 크림자치공화국에 러시아군을 전진 배치시켰다. 이에 맞서 친유럽 성향의 우크라이나 임시정부는 러시아군의 크림반도 배치를 선전포고로 간주, 전군에 비상태세 돌입을 지시하고 100만명의 예비군에게 소집명령을 내린 상태다. 전면전으로 번질지도 모를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이 러시아에 강력 경고하고 나섬으로써 신냉전시대 도래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으나 푸틴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나마 위안인 점은 푸틴이 오바마의 제안은 거절하면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이끄는 진상조사 및 연락기구를 설치하자는 독일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평화적 해결을 위한 창구를 열어놓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임시정부 요청 없이 크림반도 주요 거점을 장악한 러시아의 군사행동은 국제법적으로 절대 용인될 수도 없는, 용인되어서도 안 되는 침략행위다. 국제사회가 크림반도에서의 즉각적인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러시아의 군사행동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영향권 아래 두려는 19세기에나 있을 법한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우크라이나 임시정부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선택이다. 외국이 무력으로 시민혁명 이전 상태로 되돌리려는 어떤 시도도 국제법에 어긋날 뿐 아니라 심각한 내정간섭에 해당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러시아계 주민이 많이 분포하는 동부와 반대로 우크라이나계 주민이 상대적으로 다수인 서부의 해묵은 민족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해결이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자원이 풍부하고 비옥한 경작지가 많다. 크림반도는 흑해의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나 미국,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최근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편에 서고 미국과 유럽연합이 다른 한편에 서서 평화의 길을 버리고 힘 대결을 펼치면 그게 바로 신냉전이다. 국제사회에 신냉전시대가 도래하면 아직도 냉전시대 유물을 청산하지 못한 한반도는 그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정부 시절 단절됐던 남북관계가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막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싹을 틔워가고 있는 중차대한 시점에 원치 않은 외부 요인으로 다시 대결국면으로 치닫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결 양상은 한반도에서도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통일시간표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바로 우리들 얘기인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평화적으로,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