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담합 자진신고 기업에 주는 고발면제 신중하게

입력 2014-03-04 01:41

기업 간 담합은 기업결합과 함께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행태로서 자본주의 경제의 효율성을 해친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을 보면 국책사업 건설현장과 전자제품 제조업부터 주유소에 이르기까지 담합 사례는 비무장지대(DMZ) 안의 지뢰밭처럼 널려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설립되면서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을 부여함으로써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가급적 피하도록 하고, 대신 주로 과징금을 물려 왔다. 따라서 불공정거래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국회는 지난해 6월과 7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관련 법률들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올해부터 일부 개정법이 시행되면서 감사원, 조달청, 중소기업청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월 29일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5조 개정안을 놓고 공정거래위와 법무부가 충돌했다. 3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법무부는 ‘담합 자진신고자에 대해 과징금을 면제한다’는 조항을 ‘과징금 및 고발을 면제한다’고 고친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 중 공정위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공정위는 담합에 가담한 기업이 먼저 자수할 경우 과징금을 면제해 주는 기존의 리니언시 제도를 형사처벌에도 예외 없이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법무부는 전속고발권 폐지의 취지에 맞춰 자진신고자도 사안에 따라 고발할 여지를 둬야 한다고 반박했다.

우리는 일단 법무부의 반대의견이 타당하다고 본다. 리니언시 제도는 증거확보가 어려운 담합행위의 특성상 용의자의 자백을 유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처벌을 면제해 주는 것은 수단일 수는 있을지언정 목표일 수는 없다. 더군다나 리니언시 제도는 그동안 독과점 대기업의 과징금 면제는 물론 검찰 고발면제 특혜 수단으로 악용된 측면이 있다. 예컨대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현대자동차는 가격 담합을 주도했으면서도 가장 먼저 자수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717억원의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따라서 적어도 독과점이 과도하거나 죄질이 나쁜 담합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이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공정위 측은 “자신신고를 해도 기업주가 고발될 수 있다고 하면 누가 자수하겠느냐”며 리니언시 제도가 무력화될 것을 우려한다. 그런 우려에도 일리가 있지만, 공정위도 전문성을 갖춘 조사관들을 두고서 담합기업이 자수하기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담합의 입증이 어렵다고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수뢰행위도 마찬가지다. 공정위가 수사기법을 더 발전시켜 담합행위를 견제하지 못하면 담합행위 수사권을 미국처럼 검찰에 넘겨야 할지도 모른다. 애초에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도 리니언시 제도를 남용한 공정위가 자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