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주열 한은 차기총재 내정자에게 바란다
입력 2014-03-04 01:35
올 들어 시작되고 있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는 글로벌 경제에 막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차기 총재 내정자의 어깨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세계경제의 큰손인 미국이 돈 풀기를 줄여 달러를 거둬들일 경우 중국은 물론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로 고민하는 우리는 더 말할 나위조차 없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통화정책의 수장을 맡은 이 내정자는 무엇보다 소신 있는 판단으로 우리 경제를 살려내기 바란다. 자타가 공인하는 금융 전문가로 한은 업무에 누구보다 밝으며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는 이유로 발탁된 배경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거시경제를 염두에 두고 그동안 축적한 금융 전문성을 맘껏 발휘하길 기대한다.
통화정책의 독립 의지가 중요하지만 정부 정책과의 조율, 공조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통화정책도 경제정책의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에 정부의 다른 정책과 협조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책임자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금융시장과의 소통 능력을 배가하면서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쌓기 바란다.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으로서 맡아야 할 책임과 역할 변화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예전처럼 물가 안정에만 매달려서는 안 되고 금융 안정은 물론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관심과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가계부채나 부동산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 전체 경제의 안정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 총재는 우리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통화정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도 않고 금융통화위원회와 함께 결정하는 막강한 자리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필요하면 국무회의에 나가 소신껏 발언할 수도 있다. 국민들이 이런 권한을 이 내정자에게 위임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며 나라경제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길 기대한다. 처음 열리는 국회인사청문회도 개인 신상 문제보다 전문성을 검증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