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문화] 재탄생 달오름극장의 과제는…
입력 2014-03-04 02:32
서울 장충단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이 41년 만에 다시 태어났다. 지난해 5월 시작한 리모델링 공사가 지난달 마무리되면서 드디어 제 이름에 걸맞은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1973년 개관한 이곳은 무대 뒤 공간이 협소해 변변한 세트 하나 두기도 어려웠다. 음향 잔향도도 낮아 공연 때마다 배우들은 육성 대신에 마이크를 이용해야 했다.
지나치게 완만한 경사도 때문에 관객들 사이에서는 “앞 사람 머리밖에 안 보인다”는 불만이 적잖았다. 심지어 2층 객석의 경우 앞 몇 줄을 빼고는 관객을 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 객석에서 무대가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죽은 공간’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여기에선 공연할 수 없다”고 했을까.
안호상 국립극장장이 지난해 리모델링을 착수할 때만 해도 이렇게 대대적인 공사를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확보한 예산은 18억원. 하지만 손을 대다보니 일이 커졌다. 최저입찰제에 따라 선정된 시공업체는 그때마다 비용 문제로 난색을 표했다. 결국 안 극장장은 부족한 예산을 채우기 위해 몇몇 기업과 국회 예결위원장을 쫓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당초 예상했던 기일을 석 달이나 넘겼다.
예산 52억원을 들여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달오름극장은 무대와 객석 모두 달라졌다. 무대면적은 216㎡에서 450㎡로 늘어났고, 무대 깊이 또한 14m에서 19m로 깊어졌다. 조명이나 무대장치를 매다는 금속봉인 배튼도 21개에서 41개로 두 배가량 늘어났다. 음향 잔향도도 0.9초에서 1.2초로 늘렸다. 무대디자인 전문가인 이태섭 용인대 교수가 둥그렇게 곡선 처리한 무대 공간은 아늑한 느낌을 줬다.
다만 구조 변경 과정에서 두 개 층이던 로비를 세 개 층으로 나누면서 1층 로비 천장이 다소 낮아진 건 흠이다. 하지만 지난 41년 동안 갖가지 불편을 참아왔던 관객들이 아닌가. 1시간도 채 머물지 않는 로비의 이 정도 불편쯤이야 감수하지 못할까 싶다.
그보다 남은 문제는 앞으로 극장을 어떻게 운영하느냐는 것이다. 국립극단이 재단법인으로 분리해 나간 뒤 국립극장은 대관 공연에 주로 의존했다.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전속단체 공연일수가 100일을 넘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연극계에서는 “국립극장이 ‘부동산 임대업자’와 다를 게 뭐냐”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그동안 국립극단은 서울 청파로에 있는 ‘백성희 장민호 극장’과 소극장판을 이용했고, 현재 명동예술극장과의 결합을 논의하고 있다. 달오름극장이 제 모습을 찾은 지금이야말로 국립극단의 전용극장에 대한 논의를 다시 해야 할 때가 아닐까.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