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 안 녹고 흡수 늦다면? ‘염’ 때문이야!

입력 2014-03-04 01:41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주 평소 복용하던 알약 대신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 받았다. 얇은 필름 형태라서 지갑에 넣고 다니기 좋을 뿐 아니라 알약처럼 물과 함께 삼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몇 번 약을 복용해 보니 아무래도 몸속에 그대로 들어가 작용하는 알약보다 효능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효능을 넘어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고려한 약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과거에는 알약, 물약, 가루약 정도로 한정적이던 제형이 최근에는 껌처럼 씹어 먹거나 필름 형태로 입에서 녹여 먹도록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대표적인 예가 비아그라다. 필름형 치료제는 본인이 약을 복용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발기부전 환자에게 반향을 일으키며 각광을 받았다. 휴대가 편하고 물 없이 복용할 수 있으며, 알약을 넘기는 수고를 덜어준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필름형 치료제라 하더라도 제품에 따라 입에서 녹고 속으로 흡수되는 속도가 천차만별이며, 모든 제품이 물 없이 복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초의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되자 시장에는 수십 종의 발기부전 치료제가 출시됐다. 이 중에는 비아그라의 고유 성분인 실데나필 시트르산에서 쓴맛을 없앤다는 이유로 제조 과정에서 시트르산이라는 염을 제거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약 조제에 사용되는 재료 중 하나인 ‘염’은 약물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약물이 우리 몸에 흡수되는 속도나 안정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약에서 염을 제거하게 되면 발기부전 치료제로서 효능이 저하될 수도 있다. 염은 약의 용해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면 약 성분이 효과적으로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필름형 치료제는 입에서 녹여 먹어야 하기 때문에 입에서 녹고, 속에서 흡수되는 속도가 효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한국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엘은 알약과 마찬가지로 ‘염’은 그대로 유지해 빠르게 녹고, 빠르게 흡수 된다.

15년 전 비아그라가 탄생한 이후, 발기부전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떳떳이 밝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런 환자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인 만큼, 필름 제형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필요할 때 지갑에서 살짝 꺼내 입에 쏙 넣으면 원하는 효과가 나타나길 바란다. 이에 일부 환자는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는 모두 물 없이 복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유사한 성분의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라고 하더라도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하는 제품이 대다수다. ‘염’ 성분이 포함돼 몸에 빠르게 흡수되는 비아그라엘과 같은 제품은 물 없이 복용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도 있다. 따라서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를 선택할 시에는 입에서 빠른 시간 내 제대로 녹고, 체내 흡수율이 높은 염이 포함된 제품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또한 처방 받을 때 물 없이 복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등 복용법을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kio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