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9) 원피스, 폼 내는 지름길
입력 2014-03-04 01:35
멋에 도가 튼 파리지엔느 친구가 그랬다. 여자를 여자답게 만들어주는 옷은 원피스가 최고라고. 여자 나이 스물이든 쉰이든 날씬하든 살이 쪘든 세련되었든 촌스럽든 원피스의 힘을 빌려 ‘여성’임을 스스로 대접하는 파리의 여성들에게 원피스는 세례식과 결혼식을 빛내는 옷의 여왕으로 손꼽힌다. 중요한 자리에 일등으로 뽑히는 점은 동서고금을 아우른다. 거두절미하고 원피스는 의무를 이행하는 맏언니 같은 옷이다.
신경 써서 옷 입기가 귀찮은 날 원피스만한 옷이 없다. 상하의 간의 매치를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간편함은 문제의 70%를 해결한 느낌과 상응한다. 허나 잔재미를 들여 입기를 좋아하던 20대 시절에는 ‘직항적’인 노선을 그리는 효율성 강한 원피스를 선호할 수가 없었다. 단일한 생김새는 같은 옷을 자주 입는다는 착각을 조성했던 탓에 금세 각인되는 것 같아 싫었다. 상하의로 분산된 차림과는 달리 두 번 연속해서 입으면 족히 서너 번은 봤다는 느낌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나 나이가 들수록 원피스를 찾는 횟수가 잦아진다는 현상이 흥미롭다. 옷을 차려 입는 행위가 번거롭다고 느낄수록 원피스로 손이 간다. 알고 보니 지루한 옷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란다. 벨트를 차면 하나짜리 옷이 위아래로 나뉘어 다른 옷처럼 보이고 브로치로 장식적인 변화를 줄 수 있으며 카디건이나 스카프를 둘러 활기찬 배색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입을수록 인정하는 마음이 배가되는 원피스는 이제 옷장 속의 진정한 안주인으로 자리 잡았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