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창당 선언] 안철수의 미래… ‘YS의 길’ 일까 ‘JP의 길’ 일까 아니면…
입력 2014-03-03 01:32
한국 정치사에 혜성처럼 나타나 결국 2일 민주당과의 통합신당 창당을 선택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항마로 높은 지지를 받았고, 현재도 유력한 대권주자인 그는 차기 대선 이후 어떤 모습으로 서 있게 될까.
안 의원이 맞이할 수 있는 미래의 모델로 과거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1990년 제2야당인 통일민주당을 이끌었던 김 전 대통령은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과 힘을 모았다. 이후 제3야당 신민주공화당과 함께 ‘3당 합당’을 이끌어내 민주자유당을 탄생시켰다.
정치적 야합이라는 비난도 거셌지만 김 전 대통령은 야권의 2인자에서 일약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함께 여당의 공동대표 3인 중 한 명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은 민자당을 기반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행사했고,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14대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할 수 있었다.
물론 안 의원이 추진하는 통합신당 창당은 야권연대라는 점에서 20여년 전의 3당 합당과는 차이가 상당하다. 하지만 소수세력으로 신당 창당을 주도한 뒤 당내에서 영향력을 넓혀 대권까지 거머쥔 김 전 대통령의 전철은 안 의원이 꿈꿀 수 있는 가능한 미래로 거론된다.
안 의원이 김종필(JP)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의 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회자된다. 1996년 총선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김대중(DJ) 전 대통령(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은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지자 호남 이외 표의 확장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타개하기 위해 김 전 총재와 손을 잡았다.
이른바 ‘DJP연합’은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며 김 전 대통령이 15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김 전 총재는 대선후보 자리를 양보했지만 대대적인 실속을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김대중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서 경제부처 장관 임명권을 보장받는 등 우리 역사에서 보기 드문 ‘실세 총리’로 불렸다.
DJP연합은 제1야당이 포함된 야권 연대였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과 유사하다는 시각이 많다. 또 정치적 출신이 다양했던 자민련 내에서 연합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지향점이 달랐던 두 정당은 아슬아슬하게 공동정권을 이어가다 결국 파국을 맞았고, 자민련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해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의 경우처럼 상당한 정치적 역경을 겪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세 인물은 모두 엘리트 출신으로 정치판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했다. 잠룡으로서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대권에 근접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이 의원과 손 고문은 당적을 옮기는 과정에서 ‘지분’을 두둑하게 확보하지 못했고 당내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민주자유당, 국민신당을 거친 이 의원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으로 합류해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지만 노무현 후보와의 경쟁에서 패해 탈당까지 하게 됐다. 2007년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와 세 번째 대선에 출마했으나 본선에서 6위로 낙선했다. 한나라당(옛 새누리당) 출신인 손 고문도 이적 후에 당 대표까지 지내며 상승세를 타는 듯했으나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졌고, 2012년 대선을 앞두곤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문재인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