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배경과 전망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일 전격적으로 통합신당 창당에 합의한 것은 정치사에 남을 만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기초선거 무공천 여부를 놓고 코너에 몰렸던 김 대표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잭팟을 터뜨렸고, 안 의원은 새정치를 들고 기성정치의 깊은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모험을 택했다. 안 의원은 지역 조직과 인재 영입의 열세, 자금 부족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독자적 신당 창당을 포기했다.
◇코너에 몰린 김(金)·안(安)의 깜짝 승부수=표면적으로는 기초선거 무공천 공동 이행, 2017년 정권교체 추진 등이 양측이 밝힌 통합 이유다. 그러나 김 대표와 민주당, 안 의원 모두 이대로 지방선거를 치렀다가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합신당 창당 발표 전까지 김 대표와 안 의원은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렸었다. 김 대표는 본인 주도로 전당원 투표까지 이끌어낸 기초선거 무공천의 철회 압박에 시달렸고, 당 안팎에서 지방선거 참패론이 불거진 상황이었다.
안 의원은 한발 앞서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했지만 새정치를 위한 결단이라는 긍정적 평가보다는 인재영입 실패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었다. 사실상 기초선거를 포기했다는 비판도 나왔고, 무공천에 반발한 지역 조직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은 통합신당 창당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표와 안 의원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주 극소수만이 지난달 28일 이후 급변한 흐름을 알고 있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철저히 두 사람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극도의 보안 속에 단 사흘간의 논의로 신당 창당을 결정지었다는 점은 양측이 얼마나 급박한 상황에 몰렸는지를 방증하고 있다.
◇김한길, 승부사적 기질로 성과···안철수 측,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심정”=통합신당 창당 합의는 사실상 김 대표와 민주당의 승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 측에 정당지지율이 크게 밀리면서 지방선거 이후 야권 정계개편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당내 강경파에 휘둘리면서 리더십 위기에 처했던 김 대표는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해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반면 안 의원은 자력으로 새정치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현실과 타협한 것이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정치쇄신에 가장 중요한 공약이었다”며 “(민주당이) 이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 결단이 가장 중요한 계기였다”고 창당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혁신과 변화를 전제로 한 신당 창당이지 통합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독자 신당 약속을 뒤집었다는 후폭풍에 시달리게 됐다. 안 의원 중심의 신당 창당이라기보다는 민주당으로의 흡수라고 볼 여지도 있다. 안 의원 측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맨손으로 호랑이굴에 자기 발로 들어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경기도지사와 부산시장 후보로 영입에 나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끝내 움직이지 않자 독자 신당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호남 지역에서까지 민주당에 밀리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기더라도 3자 구도를 통해 독자세력화를 추진할 동력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안 의원은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실력으로 생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통합신당 창당 선언] “이대로 지방선거 땐 공멸”… 정치史에 남을 金·安 승부수
입력 2014-03-02 22:11 수정 2014-03-03 1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