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외 없어야”-“예외 둬야”…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후폭풍
입력 2014-03-03 01:38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7월 대형트럭 판매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현대자동차에 71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현대차는 과징금을 단 한푼 내지 않았고 검찰 고발도 면제받았다. 10년 동안 담합을 주도했지만 담합 업체 중 가장 먼저 자수한 데 따른 혜택을 입었기 때문이다.
최근 1∼2년 새 담합을 저지른 기업 대표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움직임에 기업들은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 감면제도)에 따른 과징금 면제보다는 검찰 고발 면제 혜택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영향으로 리니언시에 의한 검찰 고발 면제 의무화가 흔들리고 있다. 예외 없는 검찰 고발 면제를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담으려는 공정위와 전속고발권 폐지 취지에 맞춰 자진신고자도 사안에 따라 고발조치할 여지를 둬야 한다는 법무부가 충돌했다.
공정위는 1980년부터 33년간 불공정행위자에 대한 검찰고발권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서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하지 않더라도 감사원과 조달청, 중소기업청이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됐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29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35조 ‘담합 자진신고자에 대해 과징금을 면제한다’는 조항을 ‘과징금 및 고발을 면제한다’로 개정한다고 입법예고했다. 지금까지는 리니언시 고시에만 자진신고자 고발 면제 조항이 있었다. 공정위는 그동안 고시만으로 검찰과 문제없이 고발 면제가 이뤄졌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 역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 중 이례적으로 반대 의견을 공정위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이 전속고발권 폐지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2일 “공정거래법은 리니언시라 하더라도 검찰총장이 고발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하위인 시행령에서 이를 막는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또 리니언시 고시에 ‘총장이 고발 요청한 경우에는 그러하지(고발면제) 아니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시행령으로 올리면서 이를 삭제한 것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두 부처의 갈등은 조문상 ‘한다’와 ‘할 수 있다’의 미묘한 차이에 근거한다. 공정위는 시행령에 ‘자진신고자는 고발을 면제한다’로 예외를 없애기를 원하는 반면 법무부는 ‘면제할 수 있다. 단 검찰총장은∼’으로 예외를 인정하려는 것이다.
만약 법무부 안대로 될 경우 리니언시에 의한 고발 면제는 100%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라 조달청 등과 맺은 업무협약에도 ‘공정위원장은 조달청 등이 고발 요청을 해도 자진신고자에 대한 고발을 면제할 수 있다’로 돼 있다. 이 조항에서도 ‘면제할 수 있다’는 안 할 수도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리니언시 제도는 100% 예측이 가능해야 하는데 자진신고를 해도 기업 오너가 고발될 수도 있다고 하면 누가 자수하겠느냐”며 “법무부 안은 담합 조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