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적고 근무환경 열악”… 서울 12개 大 청소노동자 오늘 총파업
입력 2014-03-03 01:38 수정 2014-03-03 09:22
환경미화원 경비원 등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 시작한 중앙대 청소노동자 파업이 78일째를 맞는 3일 서울 12개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하루 총파업을 벌인다. 2004년 고려대 청소노동자들이 처음 집회를 열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 10년이 됐지만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성의 전당’에서 이런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 공공서비스 지부(이하 서경지부)는 이번 파업에 대학 청소원 경비원 1600여명이 참여한다고 2일 밝혔다. 파업이 벌어지는 대학은 고려대, 고려대안암병원, 연세대, 연세재단빌딩, 서강대, 경희대, 홍익대, 카이스트, 한국예술종합학교, 광운대, 인덕대, 이화여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등 14곳이다.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무 강도에 비해 임금이 턱없이 적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받는 데다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인권 침해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에게 적용된 ‘업무 시간에 콧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쉬면 안 된다’는 식의 근무 규정이 대표적인 예다. 대학이 통상 청소·경비 업무를 민간용역회사에 하도급으로 맡기다 보니 안정적인 고용도 담보할 수 없다. 문제가 생기면 대학이 용역업체를 바꾸면 그만인 상황이다.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1년부터 공동 교섭 조건을 마련해 20여개 용역업체와 집단 교섭을 벌여 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별 성과가 없었다. 용역업체 측은 임금 동결을 주장하다 협상이 길어지자 최근 ‘시급 100원 인상’안을 내놨다. 노조는 “노동자들을 최소한의 인간으로도 보지 않고 있다”며 격분했다.
용역업체도 ‘답’이 없긴 마찬가지다. 대학 측의 눈 밖에 나면 끝이다 보니 대학의 ‘품위’를 위한 가혹한 근무조건도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시급을 올려주려면 대학과의 계약 단가도 높여야 하는데 그러면 대학이 거래처를 바꾸려 든다는 것이다. 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원청업체(대학)와 재계약을 하지 못하면 우리 역시 하루아침에 일감을 잃는다”고 하소연했다.
대학들은 ‘팔짱’만 끼고 있다. 직접 고용하지 않은 만큼 용역업체 노사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태도다. “학교에 피해를 끼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엄포만 놓는 곳도 있다.
중앙대의 경우 교수들이 총장에게 중재를 요청하는 등 학내·외에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학교 측은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교와 노조 양측은 고소·고발을 남발하며 장외 전쟁을 벌이는 상태다. 대학이 학내 갈등을 외면하면서 힘없는 용역업체와 비정규직 사이에 벌어지는 치킨 게임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