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여명의 사상자를 낸 쿤밍 철도역 흉기 테러는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후 발생한 테러 사건 중 최악의 참사다. 특히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이틀 앞두고 벌어진 테러여서 중국 당국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검은 옷에 복면을 한 괴한들, 닥치는 대로 흉기 휘둘러=2일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20분쯤 쿤밍철도역에서 발생한 흉기 테러는 공포와 참혹 그 자체였다. 목격자들은 괴한들이 어른과 아이 가릴 것 없이 시민들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했다고 전했다. 상점에서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을 하느라 화를 면했다는 탄모씨는 중국신문사에 “상점에서 사람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괴한 7∼8명이 노인과 어린이 할 것 없이 보이는 대로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범인들이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다시 흉기를 휘둘렀다”고 말했다. 왕모씨는 “하얼빈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멀리서 손에 50∼60㎝ 되는 큰 칼을 든 사람들이 보이는 사람마다 베기 시작했다”며 “목숨만 건지자는 생각에 뛰기 시작했지만 어머니는 의자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범인들에게 희생됐다”고 전했다. 차오위나오(16)는 웨이보를 통해 “근처 식당으로 숨을 수 있어서 목숨을 건졌다”면서 “두 명의 범인이 한 남자의 목을 베 피가 솟구치는 끔찍한 장면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소프트 타깃’으로…테러 대상과 지역 확대=위구르족이 모여 사는 신장위구르는 중국의 ‘화약고’로 불리는 곳이다. 위구르인들은 중국의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기간 동안 한때 독립국가인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세우기도 했지만 1949년 현대 중국 건국과 함께 중국에 완전히 편입된 뒤 분리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09년 7월 5일 한족과 위구르족이 충돌해 200여명이 숨지는 대형 유혈사태 이후 테러가 빈발하고 있다. 그동안 경찰서나 관공서를 습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민간인을 상대로 한 ‘소프트 타깃’ 테러로 양상이 바뀌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28일에는 베이징 천안문에서 위구르인 일가족이 차를 돌진시켜 5명(용의자 3명 포함)이 사망하고 40명가량이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쿤밍 사건도 많은 시민이 오가는 철도역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충격과 공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해 베이징과 이번 쿤밍 등 테러 지역도 신장위구르 지역을 벗어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분리독립운동 세력들이 좀 더 조직화되면서 영향력도 본거지인 신장위구르 지역을 넘어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대 정치행사 ‘양회’ 앞두고 중국 비상=시진핑 국가주석은 테러사건 직후 ‘중요 지시’를 통해 “법에 따라 테러분자들을 엄벌하고, (그들의) 날뛰는 기세를 강력하게 꺾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국 치안부문 책임자인 멍젠주 정법위원회 서기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일 새벽 사건 현장으로 날아간 것도 중국 당국이 이번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멍 서기는 현장에 급파된 공안부 수사팀을 독려하는 한편 병원을 찾아 부상자와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현지 당국이 사건 후 시내 전역에 계엄태세를 발령하면서 쿤밍 일대는 긴장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쿤밍철도역 이외의 지역에서도 테러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특히 천안문 테러와 쿤밍 철도역 사건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추가 테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쿤밍역 테러] 복면 괴한들 흉기 마구 휘둘러… 충격 휩싸인 중국
입력 2014-03-03 02:31 수정 2014-03-03 1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