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시진핑, 공기 거론할 자격 있나?
입력 2014-03-03 01:37
“스모그가 쫙 깔린 중국 허베이(河北)성에서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지난달 하순 허베이성에서 숨쉬기조차 힘든 스모그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자 한 외국 매체는 이렇게 풍자했다. 베이징과 허베이성 장자커우(張家口)는 이미 공동으로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신청했다.
허베이성은 중국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곳이다. 국무원 환경보호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금방 나타난다.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41일 가운데 중도(重度) 이상 오염을 기록한 날이 많았던 순서대로 1∼7위 도시가 허베이성에 속했다. 즉 싱타이(邢台) 29일, 한단(邯鄲) 24일, 바오딩(保定) 24일, 스자좡(石家莊) 23일, 더저우(德州) 19일, 랑팡(廊坊) 15일, 탕산(唐山) 11일로 집계됐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독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시 주석이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을 강조하면서 ‘공기론’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4일 오후 중앙정치국 집단학습 시간에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은 공기처럼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은 부강, 민주, 문명, 조화, 자유, 평등, 공정, 법치 등 12가지 가치를 포함한 개념이다. 2012년 11월 열린 18차 당 대회에서 처음으로 제시됐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시 주석이 공기를 거론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의 공기는 독성 스모그일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은 나아가 “만약 공기를 언급하려면 ‘과거의 공기’라고 정확하게 말했어야 했다”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시 주석은 스모그가 베이징 하늘을 뒤덮은 25일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전통거리 난뤄구샹에 나타나 서민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를 두고 “함께 호흡하고 운명을 같이 한다(同呼吸 共命運)”고 선전했다.
당시 베이징을 방문 중이던 카를 빌트 스웨덴 외무장관은 “못 견디겠다. 스웨덴과 중국이 환경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주중 스웨덴대사관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렸다. 중국 스모그는 양회(兩會) 개막에 즈음해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른 꼴이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