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주가 뛰는데도 “박스권” 전망… 몸사리는 증권사 왜
입력 2014-03-03 01:31
국내 증권사들이 조심스러워졌다.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장밋빛 전망만 쏟아내던 증권사의 모습이 사라졌다. 최근 외국인의 매수가 뚜렷해지면서 상승기류를 타는 상황에서도 ‘박스권에 머무른다’는 보수적 보고서만 쏟아내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4일 1886.85에서 지난달 28일 1979.99로 뛰며 2000선 돌파를 목전에 뒀다. 한 달 새 100포인트 가까이 오른 원동력은 돌아온 외국인 투자자에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21일 매수세로 돌아선 이후 6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6거래일간 외국인이 사들인 코스피 주식은 무려 9874억원어치에 달했다.
외국인들이 돌아온 건 국내 주식시장에 이렇다 할 악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경제지표가 부진하지만 곧 회복될 수 있다는 낙관이 지배적이다. 또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위기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빨아들이고 있다.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매수하면서 국내 주식형펀드의 수익률도 치솟았다.
국내 증시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지만 증권사는 이례적으로 보수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장밋빛 전망으로 코스피의 승승장구를 예측했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한국투자증권은 ‘기대보다 현실을 사자’라는 보고서에서 “이달 초까지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지만 이후 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경제지표가 부진하면 부진에 대한 우려가, 지표가 좋으면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가 조정 빌미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전망은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외국인 컴백으로 판단해도 될까’라는 보고서를 내며 “선진국 중심의 주식시장 선호도가 신흥국까지 확산될지 여부를 아직 확신하기 일러 보인다”며 “최근 코스피 시장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본격화됐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신한금융투자도 “이달 증시는 1∼2월보다야 개선된 환경이지만 미국·중국·유로 등의 주요 정책 이벤트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라며 “코스피 지수가 1900선에서 높아야 2020선까지 오르겠다”고 전망했다.
외국인들의 확실한 매수로 흐름을 탄 상황 속에서조차 증권사들이 보수적 전망을 내놓는 이유는 지난해 내내 예측에 실패한 탓이다. 특히 삼성전자를 놓고 외국계 증권사와 지난해 여름과 겨울 계속 시각차를 보이며 패배를 맛봐야 했다. 당시 국내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높은 실적을 예상하며 연초 증시가 2050선의 박스권을 손쉽게 뚫어낼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으로 외국계 증권사와 비교를 당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연초 전망과 달리 코스피가 급락한 충격이 남아있기 때문에 현재 수준으로 긍정적 전망을 쏟아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