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부 ‘474 비전’ 벤처 육성에 달렸다는데… 초기 투자 가뭄에 벤처생태계 휘청
입력 2014-03-03 01:37
박근혜정부의 ‘474 비전’의 핵심은 벤처기업 육성이다. 재벌의존형 수출경제로는 성장과 일자리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힘든 상황에서 제2의 벤처붐을 조성, 한국 경제의 ‘퀀텀 점프’(대도약)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생 벤처기업 외면 등 투자 쏠림 현상이 여전해 막연한 구호보다는 벤처금융 개선책과 육성 전략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은행과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창업 또는 초기단계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는 엔젤투자는 최근 급격히 줄고 있다. 엔젤투자자들이 투자한 기업수는 2000년 1291개, 투자금액은 5493억원까지 증가했으나, 이른바 ‘벤처 버블’이 붕괴된 뒤 2010년 각각 83개, 326억원으로 급감했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도 2000년 말 147개에 이르렀지만 지난해 말에는 102개로 감소했으며, 한때 연간 2조원대였던 투자조합의 신규 결성금액도 2012년 7477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문제는 쏠림 현상이다. 벤처캐피털 투자가 2006년 2조2000억원에서 2013년 9월 4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신생기업이 아닌 이른바 ‘후기단계 투자’(7년 이상 기업에 투자)에 집중되고 있다. 후기단계 투자 비중은 2007년 25.1%에서 지난해 9월 말 현재 48.8%로 높아졌다. 설립 3∼7년 중기단계 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비중은 70% 이상으로 급증한다.
금융연구원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효율성이 낮아 벤처캐피털 투자행태가 비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이로 인해 투자 시장이 다시 침체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 대전충남본부 김경근 과장은 “벤처캐피털 투자의 8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대부분 IT, 바이오 등 첨단 산업 위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민간 부문과의 공동 펀드 확대’ 등 창업벤처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한 벤처금융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또 초대형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과 협력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중국이 인공위성 등 기초기술 개발용 소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빼면 R&D 허브가 없기 때문에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중국의 R&D 허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R&D 허브 역할을 하면서, 유대인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을 내수시장으로 활용한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금융연구원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인터넷·모바일 기술개발과 활용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24시간 R&D가 가능한 나라”라며 “중국 내수시장과 한국의 R&D 허브가 결합하면 세계 최고 경제권역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